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이슈 in 마켓] '펀드 50%룰' 연장이냐 일몰이냐

"몰아주기 대부분 해소" 4월 폐기에 무게

작년 계열운용사 비중 50% 넘은 판매사 1곳뿐

독립판매 채널 '펀드슈퍼마켓' 출범도 긍정적


은행·증권사 등 판매사가 계열 자산운용사의 펀드를 신규 판매액의 50%를 초과해 팔지 못하도록 하는 '펀드 50% 룰'이 오는 4월23일 종료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규제를 연장할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제도 시행 2년 만에 계열사 펀드 몰아주기 판매 관행이 어느 정도 근절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규제가 일몰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금융투자협회 등은 '펀드 50% 룰' 연장 여부를 조만간 논의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3년4월 금융투자업 규정을 일부 개정해 은행·증권·보험사 등 펀드 판매회사가 계열 운용사 펀드를 연간 신규 판매액의 50%를 초과해 팔지 못하도록 규제해왔다. 이전까지 주요 금융지주 소속 은행·증권사들이 펀드 수익률에 관계없이 계열사 펀드만 집중 판매하고 일부는 계열사 펀드를 판매하는 직원에게 추가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부작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대기업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를 강력 규제한 것도 제도 도입에 한몫했다. 당시 '펀드 50% 룰'은 2년간 한시적으로 효력을 갖는 일몰 규제로 도입됐고 종료 시점은 4월23일이다.

금융당국의 규제로 계열 펀드 판매 비율은 어느 정도 완화됐다는 평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44개 판매사 중 지난해 계열 운용사 판매 비중이 50%를 넘은 곳은 신영증권(001720)이 유일하다. 미래에셋증권(037620)은 지난해 계열 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신규 펀드를 1조3,963억원어치 팔아 판매 비중이 전체의 47.7%로 집계돼 50% 룰을 어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고 메리츠종금증권(008560)(38.4%)·KB투자증권(37.6%)·교보증권(030610)(35.8%)·유진투자증권(001200)(32.8%)도 계열 운용 펀드 판매 비율이 30% 수준이었다. 과거 계열 운용사 펀드를 집중 판매해온 신한은행·국민은행 등도 모두 비율을 20%대로 낮췄다. 신영증권은 3월 결산으로 지난해 2·4분기부터 올해 1·4분기까지의 판매 비율을 집계해야 하는데 지난해 2·4~4·4분기에만 전체의 59.1%인 4,631억원어치의 신영자산운용 펀드를 판매했다. 지난해 배당주 펀드의 열풍에 힘입어 '신영밸류고배당펀드'를 많이 판매한 영향이 컸다. 다만 지난해 4·4분기만 놓고 보면 계열 펀드 판매 비중을 32.05%로 대폭 줄여 올해 1·4분기 판매 비중을 잘 관리한다면 50% 룰을 위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아직 입장을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2년여 동안 펀드 50% 룰이 시장에 비교적 잘 정착한 만큼 규제를 폐기하는 것을 조심스럽게 검토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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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관계자는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펀드 50% 룰이 대체로 잘 지켜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관건은 3월 결산인 신영증권으로 올해 3월 이후 나오게 될 신영증권의 계열 펀드 판매 비중 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도 "지금까지 펀드 판매 50% 룰과 관련해 크게 문제 됐던 사안은 없었다"며 "다만 은행과 증권이 합쳐진 복합점포 도입으로 계열 운용사 펀드 판매가 다시 심화될 수 있는 변수 등이 존재해 다각도로 검토해볼 것"이라고 전했다.

독립판매 채널인 펀드슈퍼마켓이 출범한 점도 긍정적이다. 펀드슈퍼마켓은 지난해 4월 오픈했으며 판매사 직원의 상품 권유에 구애받지 않고 직접 온라인상에서 펀드에 가입할 수 있어 계열 운용사 밀어주기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아왔다. 특정 금융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독립적인 자문업자가 고객에게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독립투자자문업자(IFA) 제도가 이른 시일 내 도입돼 펀드슈퍼마켓과의 연계가 활발해진다면 50% 룰 같은 규제를 지속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업계 의견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펀드슈퍼마켓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요즘은 펀드 정보가 많이 공개돼 있어 투자자들이나 판매직원들이 철저히 수익률 중심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계열사 펀드라고 무턱대고 권하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며 "일선 판매창구 직원들이 계열사 펀드를 권하면 일단 색안경을 끼고 보는 고객도 많고 계열사 펀드를 권할 때는 다른 비교 펀드도 함께 권하고 있기 때문에 인위적인 50% 룰 같은 규제는 없애고 대신 시장 자율에 맡기거나 최소한의 규제만을 남겨두는 게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펀드 50% 룰이 도입된 후 지난 2년 동안 투자자들이 펀드 판매사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고 펀드슈퍼마켓 등 판매 채널에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복합점포 도입 등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금융당국이 지난 2년간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규제 일몰 여부를 결정하는 데 반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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