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한림칼럼] 높은 대학원 진학률

전세계 인구가 46억명 남짓. 전지구의 인구 1,000명당 대학원생 수는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지난 200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1,000명 중 6.1명이 대학원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보다 잘산다는 선진국은 훨씬 많을까. 천만의 말씀. 미국은 99년 기준으로 3.9명, 프랑스는 2001년 시점으로 볼 때 3.7명으로 집계됐다. 또 영국의 경우 2001년에 3.4명, 같은 해 기준으로 이웃나라 일본은 영국의 절반 수준인 1.7명으로 조사됐다. 98년 러시아는 0.7명으로 주요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결국 우리나라가 대학원생 수만 놓고 보면 강대국을 확실하게 압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오늘날의 경제 성장을 이룩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정치ㆍ경제계 지도자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사람도 있고 수출 전선의 샐러리맨과 노동자이 평생을 바쳐 흘린 피땀을 기리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인의 하나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바로 대한민국만의 높은 교육열이다. 부존자원이 열악한 우리나라로서는 풍부한 고급 인적자원이 성장 동력을 제공했던 것이다. 지식기반사회가 되리라고 예견되는 미래사회에서도 우리의 높은 교육열은 지속가능한 발전의 기반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이벤트 두개를 꼽는다면 대통령 선거와 대학 입시라 할 수 있다. 이중에서 국민 개개인에 미치는 충격 효과만을 놓고 따진다면 단연코 대학 입시가 가장 중요한 행사이다. 우리나라의 고등 교육 취학률은 2002년에 87%였다. 이와 같이 대학 교육이 대중화됨에 따라 대학 입시가 정치ㆍ사회적으로 중요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고교 평준화, 과외 열풍과 사교육비, 조기 유학과 기러기 아빠, 교육 양극화 해소 등의 셀 수 없이 많은 시사용어에서 보듯, 대부분의 학생과 학부모들은 엄청난 투자를 하며 갖가지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대학 입시 때문에 쏟아붓는 노력과 고통에 비해 대학과 대학원 졸업생의 질적 수준은 국제적인 기준에 비춰 실망스러운 형편이다. 기업체들은 최소한의 실무 소양을 가르치느라고 대졸 신입사원에게 많은 비용을 들이고 있다. 국제 경쟁에 당장 투입할 수 있는 질적 수준에는 훨씬 못 미치는 최종생산품을 우리 교육체제가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 최고의 강점은 높은 교육열이다. 반면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낮은 효율성이다. 우리 사회가 계속 발전하려면 높은 교육열을 유지하고 활용하면서 미래사회가 필요로 하는 양질의 인력을 충분한 규모로 양성해야 한다. 앞으로도 우리 정부는 대학의 문턱을 깎아내리고 대학간의 격차와 서열을 파괴하는 작업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학사 과정 교육에서 시민 교육의 성격이 부각될 것이다. 반면 전문적인 훈련은 대학원 과정에서 주로 이뤄질 것이다. 학사 과정을 평준화하자는 요구가 끊이지 않겠지만 대학원 과정은 수월성과 경쟁성을 유지하게 될 것이며 미래사회의 성장 동력이 되는 고급 두뇌를 자력으로 공급하는 원천이 될 것이다. 대학원의 수준을 높이려는 노력을 본격적으로 기울여야 한다. 이제 기획 단계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대학원 발전에 대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분야별로 국제적 경쟁력이 있는 대학원을 지역별로 다핵화해 육성하면 대학 서열화와 지역 편중 발전에 따른 사회 문제를 해소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강대국을 압도하는 우리의 대학원 진학률을 우리나라만이 가진 축복으로 받아들이자. 대학원의 교육을 세계 일류로 발전시켜 우리 교육체제의 최종생산품의 질을 국민이 부담하는 노력과 고통에 걸맞게끔 높이고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자원인 두뇌를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수준으로 양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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