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축문화대상] 배재대 국제언어생활관 캠퍼스속의 '新 주거커뮤니티' 학교기숙사라고 하면 차가운 벽돌 건물에 무서운 사감이 통제하기 쉬운 구조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배재대 국제언어생활관은 이런 고정관념을 통쾌하게 깨버렸다. 건물의 독특한 디자인과 더불어 기숙사가 주거 커뮤니티가 될 수 있도록 ‘하우징(Housing)’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기숙사가 지향해야 하는 대학 커뮤니티의 새 판로를 제시했다고 할만하다. 배재대 국제언어생활관 설계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바로 기숙사가 ‘학생들의 동네’로서 자리매김하는 것이었다는 게 건축가의 설명이다. 배재대에는 많은 해외 유학생과 방문교수들이 있고, 그들은 이 기숙사에 머물면서 학기 이외에도 지속적인 생활을 영유해야 하는데 그러한 측면에서 건축가는 이 기숙사를 하나의 빌리지(Village), 즉 주거공동체가 살아있는 ‘학생들의 마을’이 되도록 하우징의 개념을 내놓았다. 우선 1,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를 마련하되, 이들이 ‘최소한의 공동체 조직’으로 조합될 수 있도록 기본 유니트(Unit)로 각 실들을 구성했다. 6명과 16명이 하나의 독립된 공동체 주거와 커뮤니티를 가지도록 배려한 것이다. 대부분의 기숙사들이 먼저 남녀 공간을 구분하고 이들이 각각 공동으로 이용하는 화장실과 세면실, 휴게실 등의 공용공간을 전체 공간에 몇 개쯤 나눠두는 식이지만, 이곳은 6명 유니트와 16명 유니트마다 각각 거실을 두고 이를 중심으로 하나의 주거공간이 되도록 만들었다. 주거공동체 탄생을 위해 시도된 또 다른 접근은 지하 2층 및 지상 5층의 전체 공간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뚫리고 열려 있어, 사용자들의 상호 교감들이 매우 개방적이라는 점이다. 복도를 나오거나 로비를 걸을 때 보이는 다른 층의 사람들, 식당과 매점을 이용하기 위해 층간 계단을 이용할 때의 공용 공간, 각 실에서 바라보는 서쪽 공원과 북쪽 운동장을 바라보는 확 트인 시선, 동쪽 기숙사 방에서 내려 보이는 외부 정원과 지하에서 길게 올라오는 계단실 간의 관계 등은 무조건 일방적이지만은 않도록 눈과 귀를 적당히 열어놓은 공간이라는 점이다. 비교적 급경사인 땅의 특성을 이용해 교양과목 지원시설과 학생 복지를 위한 편의 시설들을 지하층에 두고, 상부 4, 5층에 기숙사를 얹어 복합적인 기능이 상하좌우로 자연스럽게 얽어지도록 만든 기숙사. 이렇게 외국학생들과 어울리는 일상의 커뮤니티는 점차 이웃을 만들고, 이들은 하나의 동네를 형성하며 또 다른 교육적 인프라를 다지는 국제언어생활관으로서의 면모가 갖춰지고 있다. [인터뷰] 설계자 박인수 ㈜아이아크 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눈에 보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일반인들은 매끈한 마감재에 따라 건물을 평가하기도 하지만 이는 신기루라고 할 수 있죠.”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일반주거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박인수(40ㆍ사진) 건축사는 매우 젊은 건축인이다. 때문에 적은 예산과 짧은 공사기간 등으로 어려움이 많았던 배재대 국제언어생활관 설계를 맡아 겁 없이 선과 면을 그려 나갔다고 한다. 그는 “처음부터 예산이나 공기는 중요하지 않았다”며 “어떤 구조가 학생들이 생활하기에 가장 좋은지, 어떻게 주변 지형과 조화를 이룬 건물을 만들어낼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박 건축사는 “배재대에는 현재 미국에서 활동중인 유걸 선생님의 작품인 예술관이 있다”며 “이번 작품의 디자인에도 유걸 선생님의 도움이 컸다는 이야기는 빼놓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실제 배재대 캠퍼스를 돌아보면 수년사이에 완공한 예술관과 국제교류관, 국제언어 생활관이 한 작가의 작품인 듯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는 “이번에 대상을 받게 된 가장 큰 공로는 설계를 잘 했기 보다 설계안을 뽑는 대신 설계를 진행할 실력 있고 믿을만한 설계자를 선정한 발주방식에 있다고 본다”며 “좋은 건축과 건축문화를 위해선 제도개선 특히 발주방식과 계약방식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입력시간 : 2007/10/01 1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