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권력기관, MB 정권서 선긋기 시작?

■ 김준규 검찰총장 사퇴<br>與 재계 압박 등 '좌클릭'속 후반기 국정운영에 큰 부담<br>檢 내부 동요는 진정 가능성 차동민·한상대씨 등 후임 물망

김준규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한 처리 문제와 관련해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김주영기자


김준규 검찰총장의 사퇴는 이명박(MB) 정부 4년 차의 말기 증후군을 한층 가속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임태희 대통령 실장이 직접 나서 조율한 검경 수사권 갈등이 봉합은커녕 임기 한 달을 앞둔 총장의 사퇴라는 최악의 수순을 밟았다는 측면에서 보면 이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운영에 두고두고 부담을 줄 암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도 이번 김 총장의 사퇴로 '검찰 수뇌부의 리더십 부재'와 함께 역대 정권 말기에 보여줬듯 검찰의 정치력 행사를 답습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신뢰에 상처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장의 사퇴에 청와대는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는다. 겉으로는 이미 검증작업을 진행 중인 신임 총장 인사에 따라 검찰 수뇌부를 교체하면 된다고 하지만 이 대통령이 아프리카 순방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사퇴발표가 '항명'으로 비쳐지며 정치적 부담으로 이어질까 '괘씸'하다는 직접적인 비난을 하지는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전에 어떤 조율이 있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대통령이 이미 사의를 만류했음에도 조직의 논리에 따라 일방적인 사퇴 발표를 했다는 것은 도를 지나친 행동"이라고 말했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김 총장의 사퇴에 대해 "공직자로서 도리에 어긋난 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것도 이러한 청와대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고민은 이제부터다. 가뜩이나 한나라당의 신임 지도부 탄생 이후 감세정책 철회, 등록금 인하 재정 투입 등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내고 재계를 압박하는 등 '좌클릭'이 되는 상황에서 권력집단들의 선 긋기도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이 경우 후반기 국정운영 자체가 통제 불가능한 '식물상태'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정권 말기 증후군을 우려한다면 검찰은 리더십에 상처를 입으며 '상처뿐인 항명'이라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김 총장의 낙마 이유가 외형상으로는 수사권 세부 조정안이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에서 수정된 것을 책임지는 차원이지만 이면에는 최근 검경 갈등 과정에서 드러난 검찰 수뇌부의 리더십 부재가 자리잡고 있다. 당초 검찰은 국회 사법개혁 논의 과정에서 ▦중수부 폐지안 ▦특별수사청 설치 등의 개혁안을 무마시키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경찰과 검찰을 비롯해 각 부처 수장급이 만장일치로 합의한 수사권조정 합의안이 국회에서 수정되면서 전세는 급격히 역전됐다. 검경 대립의 핵심이었던 수사권 세부 사항을 '법무부령'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지난달 말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를 차례로 통과하면서 검찰 내부 반발은 절정에 달했다. 여기다 김 총장은 취임 이후 가장 공을 들여 준비한 국제검사회의(IAP)와 세계검찰총장회의 등 외부 행사에 물러날 타이밍도 놓쳤다.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의 운명이 걸린 수사권 개혁안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김 총장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지난달 29일 홍만표 대검 기획조정부장(검사장)을 시작으로 촉발된 대검 검사장급 인사 5명의 연쇄적인 사의표명은 갈등하던 김 총장의 고개를 떨구게 하는 결정타가 됐다. 김 총장의 사퇴로 검찰 내부의 동요는 일단 진정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자연스럽게 청와대의 후임 검찰총장 인선작업에 눈길을 두고 있다. 검찰 내에서는 사법연수원 13기인 차동민 서울고검장,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 박용석 대검 차장과 14기의 노환균 대구고검장이 신임 검찰총장에 가장 근접한 인사로 꼽힌다. 차 고검장은 특수통과 기획통을 아우르는 지략가로 대검 공보관을 비롯해 검찰 내 주요보직을 두루 거치면서 검찰 수장으로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고검장은 고려대 출신의 리더십이 강한 기획통 검사로 현재 실질적인 일선 검찰수사를 이끌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장이다. 박 고검장은 원칙을 중시하는 특수통 검사로 현재 대검 차장검사를 맡고 있으며 수사력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14기인 노 고검장은 정통 MB맨으로 통하는 TK-고려대 출신으로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장에 깜짝 발탁돼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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