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롤러코스터를 탄 서울 외환시장을 본 시장참가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새벽에 나온 스탠리 피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의 발언에 하락(원화 강세) 출발했다. 피셔 부의장이 “물가상승률이 매우 낮다”는 발언이 9월 미 금리 인상 기대를 누그러뜨리면서 전 거래일 종가보다 7원 20전 급락한 달러당 1,156원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오전 11시 중국이 위안화 고시환율을 사상 최대폭으로 절하하자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달러화 강세-신흥국 통화 약세 기대가 확산 됐다. 원·달러 환율은 한국의 대 중국의 경제 의존성이 부각되면서 갈수록 더 급격히 올랐다. 정오께 1,177원대로 올랐고 오후에는 1,180원 50전까지 상승했다. 일중 상승 폭은 유럽 재정위기 때인 2011년 이후 4년 만에 최대였다. 장 막판 소폭 하락해 종가 대비 15원 90전 급등한 1,179원 10전에 장을 마쳤다. 2012년 6월 이후 3년 2개월 만에 최고치다.
다급해진 당국도 실물 및 구두개입에 나섰다. 익명의 외환시장 참가자는 “환율이 너무 짧은 시간에 급등하다 보니 당국의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위안화 평가절하에 따른 금융시장 영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구두개입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1,180원을 터치하면서 이른 시간 안에 1,200원대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본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환율 상승 분위기가 급격하게 조성됐다”며 “1,200원 선까지 상승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대호 현대선물 연구원은 “유럽 재정위기 때도 1,200원은 뚫린 선이 아니기 때문에 쉽게 돌파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미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