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방콕 일부주민 대피령… '국가위기' 선포

50여년만에 최악 홍수로<br>물 안빠져 아예 제방 허물기로<br>경기둔화 우려 금리 동결

50여년만의 최악의 홍수사태를 맞은 태국이 수도 방콕마저 침수위기에 몰리는 등 극심한혼란에 휩싸이고 있다. 잉럭 친나왓 총리는 20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홍수로 빚어진 재난에 대해 국가 위기사태를 선포하는 한편 그동안의 제방노력이 실패로 돌아갔다며 방콕 일부 지역의 수문을 개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잉럭 총리는"범람을 막기 위해 제방을 더욱 높일 경우 수위만 높아질 뿐"이라며 "홍수로 불어난 강물을 바다로 배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국 정부는 홍수가 방콕을 위협하자 제방을 쌓은 뒤 별도의 배수로를 설치해 물길을 돌리는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임시 배수로로는 물이 빠지지 않자 아예 제방을 허무는 마지막 수단을 선택한 것이다. 수쿰반드 빠리바트라 방콕시장도 방콕 동부와 북부 외곽 7개 지역이 21일 침수될 위험에빠졌다며 지역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방콕마저 침수위기에 처하자 태국에는 비상이 걸렸다. 방콕은 태국 국내총생산(GDP)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방콕이 물에 잠기면 그야말로 태국 경제 전체가 침몰할 위험이 크다. 태국의 주요 산업단지는 이미 대부분 침수돼 아시아 부품 공급망의 허브로 발돋움했던 태국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AP통신은 이번 홍수로 현재까지 사망자가 320명에 이르고 있으며 77개 주 가운데 28개주에서 90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피해규모도 30억달러로 잠정 집계되고 있지만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태국 중앙은행은 홍수 피해로 올해 태국 GDP성장률이 1,7%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으며 방콕마저 홍수의 직접적 피해를 입을 경우 피해 규모는 현재 1,000억바트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태국중앙은행은 19일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홍수로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며 기준금리를 현 3.5%로 동결했다. 지난 7월 새로 부임한 잉럭 친나왓 태국 총리도 홍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으며 취임 3개월여만에 지지율이 급락하는 등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18일 태국 국민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87%가 정부가 발표하는 재난 정보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특히 수도 방콕까지 위험 사정권에 접어들면서 정부와 방콕시 당국간의 공조 체제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잉럭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어"정치권이 책임공방에서 벗어나 하나로 단결해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레드셔츠를 등에 업고 당선된 잉럭 총리에 대한 왕당파와 엘리트 계층의 비난이 고조되면서 태국 경제와 정치가 당분간 깊은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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