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 베이징호텔에서는 중국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의미 있는 행사가 하나 열렸다. 화제의 주인공은 포스코의 중국 사업을 전담할 중국지주회사인 `포스코 차이나` 출범식.
중국인들의 관심이 쏠린 것은 단순히 한 기업의 지주회사가 중국에 만들어졌다는데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동안 중국 전역에서 승승장구해 온 포스코가 앞으로 중국사업을 어떻게 확장해 나갈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중국인들이 이렇게 높은 관심을 보인 것은 포스코가 중국 땅에서 사업을 보다 확대하기를 학수고대하는 중국인들의 소망이 담겨 있어서다.
중국인들의 궁금증은 이날 명확히 풀렸다. 중국 전역에 `포스코 차이나`를 건설하겠다는 포스코의 확고한 의지와 마스터 플랜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이 날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고도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중국은 포스코의 꿈과 성장을 펼칠 새로운 둥지”라며 “중국 경제발전에 맞춰 설비투자와 첨단 철강기술을 이전, 포스코의 비전을 중국에서 꽃피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의 중국 사업은 `해외에서 또 한번의 포스코 신화`를 이루겠다는 꿈이 담겨 있고, 지주회사 출범은 중국 사업을 확대, 발전시키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포스코-차이나가 펼쳐나갈 중국 사업은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포스코의 투자규모다. 포스코는 이날 본계냉연강판합작사업에 6억6,000만달러와 장가항포항불수강에 7억7,000만달러의 신규투자를 발표하는 등 2006년까지 총 14억달러를 추가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또 지주회사 초기 자본금 3,500만달러로 우선 본계냉연강판합작법인과 청도포항불수강, 소주프로세싱센터의 지분 10%를 추가 인수하고, 향후 단계적인 증자를 통해 장가항불수강, 순덕포항강판, 대련포금강판 등의 지분도 10%씩 더 인수한다고 밝혔다. 지난 10년간 투자한 금액(8억달러)의 2배나 되는 거대한 자금을 앞으로 3년 내에 쏟아 붇겠다고 공언한 것은 포스코의 성장전략에 있어 중국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 지를 잘 보여준다.
투자패턴을 바꾸는 것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단순 가공위주의 생산에서 벗어나 고부가 철강 설비를 갖추는데 투자를 집중하고, 장기적으로는 일관제철설비를 갖추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다. 포스코의 이 같은 계획은 중국 수요증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앞으로 중국시장에서의 경쟁격화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다.
강창오 포스코 사장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10 년후에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제철설비를 해외에 설립하는 것을 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포스코가 중국에서 펼칠 사업의 방향을 가름케 한다.
생산제품도 다양화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스테인리스 열연강판, 자동차 냉연강판, API재 등 고부가 제품의 생산비중을 점차 늘려 나갈 예정이다. 포스코는 이를 통해 중국 기업들의 수요증가에 적절히 대응하고 후속 투자사업의 재원을 자체 확보할 방침이다.
포스코는 이 같은 계획을 구체화하기 위해 엘리트들을 중국에 대거 전진 배치할 예정이다. 또 우수한 현지인력을 중점 육성하고 중국 실정에 적합한 마케팅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역점을 둘 계획이다.
`중국 국민들로부터 사랑 받는 기업`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는 것도 포스코가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다. 시장확보 차원을 넘어 상호 `윈-윈`의 상생관계를 더욱 돈독히 해 중국과 성장을 같이 하는 동반자가 되겠다는 것이다.
이구택 회장은 이와 관련 “포스코 차이나와 현지 투자사들이 중국인들로부터 진정으로 신뢰 받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사회공헌활동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상호발전을 위한 협력의 폭도 보다 깊고 넓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국 철강업계와 선의의 경쟁 및 상호협력을 통해 신수요 창출, 고부가가치화, 환경친화적 생산기술 개발 등에 더욱 박차를 가해 `글로벌 우량 철강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굳건히 하겠다는 포스코의 성장전략은 `포스코 차이나` 건설이라는 대명제와 함께 탄력이 더해지고 있다.
"韓-中 철강산업 동반성장 모범적 기업모델 만들것"
“중국 철강업계와의 협력과 교류를 더욱 확대해 양국 철강산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모범적인 기업모델을 만드는데 전력을 다할 생각입니다.”
김동진 포스코 차이나 대표는 “중국시장 개방이 확대됨에 따라 앞으로 중국과 한국은 하나의 시장이 될 것이기 때문에 양국의 주요 산업은 상호 보완적인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대표는 특히 “중국의 철강산업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양국이 서로 보완,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이 성숙되고 있다”면서 “이런 기회를 활용해 중국 시장을 선점하고, 이를 통해 포스코의 중국 사업을 확대하는 발판을 더욱 확고히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중국 진출 초기부터 포스코 중국 사업을 진두지휘해 왔고, 탁월한 리더십을 지니고 있어 앞으로 포스코의 중국 사업을 확대할 적임자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또 털털한 인간미를 바탕으로 중국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 관료들과의 돈독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한국을 대표하는 중국통`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김 대표는 “중국 철강업계와 상호협력을 통해 공동발전을 모색하는 정책을 진출초기부터 일관되게 유지한 것이 포스코가 중국에서 성공을 거둔 가장 큰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중국 시장은 경쟁이 점점 치열해 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성공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며 “앞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점차 심화되는 경쟁 환경 속에서 선발업체로서의 성과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지화 경영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이를 위해 우수한 중국 현지인력을 육성하고, 중국 실정에 맞는 마케팅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중점을 둘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투자계획과 관련해선 “현재 청도에 스테인리스 냉연공장과 철강가공센터를 건설 중이고, 본계 냉연합작공장이 조만간 착공에 들어 가는 등 당초 계획에 따라 단계적인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투자는 더욱 많아지고, 투자규모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지금도 중국측으로부터 합작투자 제의가 많고, 앞으로도 많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투자는 사업 성과 등을 신중히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원개발 사업에 대해서는 “철강업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철광석, 석탄 등 원료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석탄공동개발 등 자원개발사업에 참여할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면서 “우선 중국의 원료탄과 합금철 분야에 관심을 갖고, 사업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에 진출하는 후발주자들의 성공조건에 대해서는 “중국의 개방 폭이 확대되면서 불확실성이 많이 감소하고 있지만 현지 경영을 해 나가면서 예상치 못한 문제점과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이를 원만히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이를 위해서는 문제를 예상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전문인력과 관리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중국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업경영의 일관성을 유지해 상대방으로부터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최고경영층이 중국시장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명확한 경영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성공을 보장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고진갑특파원 g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