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실적 추정 못하는 애널리스트


"모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D기업의 지난해 4·4분기 영업이익을 730억원으로 추정했는데 막상 뚜껑을 여니 영업손실이 3,200억원이었죠. 이런 애널리스트는 증권가에서 퇴출당해야 합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과의 점심식사 자리에서 나온 얘기다. 다소 과격할 수는 있지만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추정치와 실제 실적 간의 틈이 4,000억원이다.

주가를 움직이는 변수는 여러 가지가 있다. 수급, 주가 수준, 대외 악재, 정부 정책, 투자심리, 업황, 테마 등이 그것이다. 그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 실적이다. 주식시장은 완벽하게 효율적인 시장이 아니므로 실적 이외에 다른 변수들이 주가를 흔들기도 하지만 기본은 실적이고 주가는 실적에 맞춰 형성된다. 최근 주요2개국(G2)발 대외 악재에도 꿋꿋이 상승하고 있는 종목들은 대부분 실적이 개선된 업체들이다.


주가가 내리면 애널리스트는 주가수익비율(PER)이 저평가돼 있다며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논리를 자주 펼친다. 실적에 비해 주가 수준이 낮다는 얘긴데 실적 추정이 잘못되면 PER 저평가 논리는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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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업계가 어려워지면서 실력 있는 고참급 애널리스트들이 증권가에서 이탈하고 초짜 애널리스트들이 기업 분석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요즘 이런 애널리스트가 드물지 않은 이유를 전했다.

이 센터장은 "초짜들일수록 펀드매니저에게 잘 보이기 위해 분석은 뒷전인 채 그들이 불러주는 높은 실적을 추정치라고 내놓는다"며 "애널리스트의 기본 업무는 기업의 재무구조를 파악하고 정확한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전달해주는 것인데 본질은 잊고 영업직원이 돼가는 현실이 비참하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가 실적을 정확히 맞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수도 있다. 부정적인 전망의 리포트를 내면 기관·펀드매니저·대기업이 애널리스트를 압박하는 현실도 수긍이 된다.

다만 점쟁이식 전망, 의도적인 전망들이 난무한다면 애널리스트의 존재 이유는 점차 사라질 것이다. 최소한 직업윤리는 지켜야 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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