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지근 대책 실효 있을까(사설)

정부가 발표한 「금융시장 안정 및 대외신인도 제고 대책」은 다분히 원론적인 선언에 그쳤다. 더욱이 금융시장이 위기상황에 이른 후에야 내놓은 대책인데다 생색내기여서 실효가 매우 의심스럽다.대책의 골자는 한국은행이 부실은행에 대해 정상적 영업활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유동성은 지원하되 금리는 평균 자금조달비용 수준(8.5%)으로 하고, 종금사에 대해서는 부도유예기업 여신이 자기자본의 50%를 넘을 경우에만 은행과 같은 수준의 자금과 금리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성업공사의 부실채권 정리기금을 3조5천억원으로 늘리고 은행과 기업의 부동산 처분 매각때 특별부가세를 면제하기로 했다. 또 대외 신인도 제고를 위해 금융기관의 대외채무 상환에 대해 정부가 지급보증을 할 의사가 있음을 표명한 것 등이다. 이 대책은 실기한데다가 어정쩡하다. 정책이란 적기에 나와야 효가 있는 법이다. 실기하면 호미로 막을 것도 가래로도 막지 못하기 마련이다. 대기업의 잇단 부도로 금융기관의 부실화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도록 정부는 원칙과 낙관론만 펴며 방관해 왔다. 그러는 사이 금리 환율은 상승하고 주가는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해져 위기로까지 치달았다. 대외신인도도 추락, 해외차입이 어려워지고 금리도 올랐다. 특히 최근에는 국제적 신용평가기관이 국내은행의 신용등급을 낮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궁지에 몰려서야 마지 못한듯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그 대책마저도 명분에 얽매여 째째하기 짝이 없다. 이런 수준의 지원으로 외국은행이 돈을 빌려주고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추가하락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총체적으로 신인도가 떨어져 있는 마당에 정부지급보증 의사표시만으로 신용회복이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부실규모가 큰 제일은행의 입장에서는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지만 금리 8·5%는 부실해소에 턱없는 수준이다. 과거 특융이 3%수준인데 비하면 적자해소에도 어림없다. 특혜시비가 두려운 나머지 소극적 생색내기에 그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특혜시비를 두려워할 단계를 넘어섰다. 이왕 지원할 것이라면 보다 화끈하게 지원해서 은행도 살리고 기업도 살리면서 금융위기감을 시원하게 해소기키는 일이 더 필요한 때다. 금융시장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미흡한 대책이다. 물론 은행도 기업처럼 피나는 자구노력이 있어야 한다. 인력을 감축하고 점포를 줄이는 등 경영혁신이 전제되어야 마땅하다. 특히 은행이 자구의 모범을 보이고 다음에 같은 강도의 자구를 기업에 요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번 대책에서 기아사태 해법은 제시되지 않았다. 알맹이 한쪽이 빠진 것이다. 최근 금융불안의 출발점은 기아사태에 있기 때문에 기아 해법없이 금융불안해소를 기대하기 어렵다. 좀 더 과감하고 실효성있는 대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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