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스펠드가 밝힌 '美 새로운 전쟁'>>관련기사
"테러세력과의 전쟁은 컴퓨터 프로그래머에서 세관원까지 테러를 반대하는 세력이 총 망라되는 전혀 새로운 성격을 띨 것이다".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27일 뉴욕타임스에 '새로운 종류의 전쟁'이란 기고문을 통해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전쟁의 성격을 명확히 밝혔다.
럼스펠드 장관은 ▦국제연대 ▦군사력의 위상 ▦주적 ▦전쟁방식 ▦전쟁주체 등 5가지 분야에서 재래전과 새로운 전쟁을 비교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은 단기적인 전략, 전술보다는 테러세력의 근절이라는 장기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전세계 어떤 국가나 세력과도 다양한 형태의 연대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전쟁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동맹국과의 연대 방식과 목적이 끊임 없이 변화한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전쟁의 경우 적대세력을 패퇴시키려는 단일목적으로 뭉친 동맹국들이 중시되지만 이번 전쟁의 국가간 연대는 유동적이며 변할 수도, 발전할 수도 있다.
국가별로 자신이 처한 상황과 입장에 따라 서로 다른 역할을 하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미국에 기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군사력을 지원하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외교, 재정, 정보 등에서 미국을 돕는 국가들도 있을 것이며 비밀리에 도움을 주는 국가들도 있게 된다.
전쟁하면 흔히 떠오르게 되는 군사공격의 양상과 위상도 판이하게 다르다. 군사력의 절대 우위를 바탕으로 벌이는 재래전과 달리 새로운 전쟁은 적을 물리치기 위한 다양한 수단 가운데 하나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나 은행원이 전장에 뛰어든 군인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특정 개인, 단체, 종교나 국가를 주적으로 삼지 않는다는 점도 새로운 전쟁이 지닌 특징 가운데 하나. 국제 테러조직 네트워크와 이들을 후원하는 국가들을 응징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기간이나 지역을 한정해 벌이는 전쟁이 아니다.
적과의 대결도 사이버공간, 국제금융시장, 국제회의장 등 다방면에서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군사력의 사용은 필요한 경우에 한정될 것이며 테러세력의 목줄을 죄는 데 기여하는 것이라면 다양한 수단이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적에 맞서는 전쟁의 주체도 전장의 군인에서 공항이나 터미널에서 의심분자를 검문하는 세관원과 일선경찰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호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