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은행 시금고 쟁탈전 재점화

10월부터 대구시·충남도 등 '대어급' 잇따라 금고 교체

법 개정따라 경쟁 치열해져

과도한 출연금 재연 우려도



수조원에서 많게는 수십조원대 자금을 굴리는 지방자치단체 곳간을 잡기 위한 은행들 간의 혈투가 다시 시작됐다. 다음달부터 충청남도·대구시·전라북도 등 대형 지자체를 비롯해 제주도·창원시·익산시 등에서 금고은행 교체를 위한 경쟁 입찰이 진행된다. 특히 지난해 지방재정법 개정에 따라 지자체 금고 역할을 맡는 은행의 숫자가 2개 이하로 줄어들면서 현재 3개 이상의 은행이 금고에 참여한 지자체에서는 은행들 간 출혈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계에 따르면 대구시·충남도 등 대형 지자체의 금고은행 교체를 앞두고 은행 간의 물밑 쟁탈전이 치열하다. 최근 저금리 여파로 자금 굴릴 곳이 마땅치 않고 지자체들이 은행에 과도한 출연금 등을 요구하고 있어 수익성은 예전만 못 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지만 지자체 금고는 은행들에 여전히 탐나는 먹거리다. 지자체 금고는 은행의 공신력을 높이고 공무원 고객 등을 대상으로 신규 영업망이 확보되며 대규모 자금을 한 번에 운용하게 돼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는 덕분이다.


가장 관심이 모이는 곳은 충남도와 대구시 금고다. 충남도는 현재 3개 은행, 대구시는 4개 은행이 금고를 맡고 있는데 법 개정에 따라 이를 모두 2개 이하로 줄여야 한다. 기존에 사업자였던 은행들이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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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의 경우 기관 영업의 강자인 농협은행과 우리은행에 더해 충청 지역에서 시장점유율이 높은 KEB하나은행이 도금고를 담당하고 있다. 농협이 일반회계, KEB하나은행이 특별회계, 우리은행이 기금을 맡고 있는데 지난 2014년 기준으로 일반회계는 4조4,031억원에 달하며 특별회계는 7,565억원, 기금은 3,602억원이다.

은행 간 신경전은 치열하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최근 은행 통합을 이룬데다 함영주 초대 행장이 충청 지역에서 발탁된 만큼 충남도 금고의 의미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충남도청이 있는 내포신도시에 'NH농협 충남통합본부'를 설립하는 농협 또한 충남도 금고는 놓쳐서는 안 될 곳이다.

대구시는 현재 충남도보다 한 개 더 많은 4개 은행이 시금고를 맡고 있어 2개로 은행이 줄어드는 과정에서 역시 불꽃 튀는 경쟁이 예상된다. 대구은행이 일반회계와 일부 특별회계 및 기금을, 농협은행이 일부 특별회계, 우리은행이 일부 특별회계, 기업은행이 일부 기금을 담당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기관영업담당 부장은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지자체에 내려가 상대 은행의 동태를 파악하고 있다"며 "경쟁 은행이 시금고 등으로 이미 지정돼 있는 다른 지자체나 기관에서는 어떻게 영업했는지 알아내서 분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그러나 지난 서울시금고나 인천시금고 경쟁 입찰 과정에서 벌어졌던 수준의 '출혈 경쟁'은 되도록 피한다는 방침이다. 당시 경쟁이 과열되면서 100년째 서울시금고를 관리하고 있는 우리은행은 4년간 1,200억원의 출연금 지원을 약속했고 인천시금고 유치전에서는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이 각각 470억원·85억원의 출연금을 제안하기도 했다.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지자체 금고라는 게 기껏해야 10~20bp정도 수익을 기대하고 유치하는 것인데 지난해에 비해 전체적으로 금리가 100bp나 떨어진 상황이기 때문에 도저히 수익을 맞추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지자체에서 너무 과도하게 출연금 등을 요구할 경우 현실적으로 발을 빼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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