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유능한 인재 이직 막으면 혁신도 없다

■ 인재쇼크

오를리 로벨 지음, 싱긋 펴냄


페이스북은 최고로 우수하고 똑똑한 인재를 채용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건 사실 구글의 종업원들을 빼앗아오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히 구글 경영진은 페이스북이 구글 인재들을 빼가는 일을 막기 위해 철저하게 전략을 짠다. 하지만 사실 구글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인재들을 빼가곤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당시 구글이 현재 구글의 엔지니어링 부사장인 빅 군도트라에게 접근하자 '전직 금지' 소송을 제기해 강력하게 대항했다. 군도트라가 1년간 업계를 떠나있어야 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코카콜라 내부 직원 가운데 '머천다이즈 세븐 엑스'라고 불리는 콜라 제조법을 완벽하게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소문에 따르면 코카콜라는 그 제조법을 애틀랜타 도심의 지하 금고에 저장해놓고 극히 일부 경영진만 접근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기밀 역시 코카콜라의 비서 한 명과 두 명의 공모자에 의해 경쟁사 펩시로 넘어갈 뻔했다. 다행히 펩시는 이 사실을 안 즉시 코카콜라 임직원에 알리고 FBI에 신고를 했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영업비밀이 경쟁사의 청렴성 규정 덕분에 지켜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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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인재, 하나의 아이디어가 기업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시대다. 수많은 기업이 인재 유치 경쟁을 벌이고 아이디어 창안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한편, 인재와 아이디어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전긍긍한다. 그러나 인적 자본에 관한 연구로 유명한 저자는 이런 기존 인재관리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인력의 이동과 규제를 강화하는 통제심리와 보호주의가 기업과 지역의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기업들이 유능한 종업원의 이직을 철저히 통제하려고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수 인재의 이동은 회사에 이중적인 타격을 주기 마련인데, 회사는 당장 숙련된 인재를 잃지만 이 핵심 인물을 얻은 경쟁 회사는 이득을 얻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유로운 이동과 상호작용을 제한하는 것이 이 혁신적 인재의 창의력과 자기계발 의지를 얼마나 떨어뜨리느냐에 대해서는 생각지 않는다. 핵심 인재와 영업기밀을 외부로 노출하지 않기 위해 들어가는 엄청난 관리 비용은 또 어떤가.

저자가 인재의 이동과 경쟁이 오히려 혁신에 이롭다는 주장을 펼치는 핵심 근거는 혁신이 바로 집단적 노력의 결과라는 점이다. 창의적 인재들의 상호작용이야 말로 혁신의 질과 양을 높이는 핵심적인 요소다. 인재를 개별 기업 뿐 아니라 지역 모두의 자원으로 봐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도 여기에 있다. 여전히 통제에 기반한 기존 인재 관리 방식에 집착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 경영진들이 곱씹어볼 만하다. 1만8,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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