릭 라일리 GM대우자동차 사장이 노조에 파업 자제를 호소하고 나섰다. 그는 사내 전자게시판을 통해 “파업은 그간 경영정상화를 위해 힘써온 직원들의 헌신적 노력을 일순간에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안정적 노사관계를 전제로한 부평공장 인수와 1조7,000억원의 중장기 투자계획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라일리 사장의 발언은 파업중인 회사의 경영진이 으레 하는 말로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부평공장 인수 차질 가능성이 엄포만이 아니고, 또 이번 파업이 외자유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흘려 들을 일은 아니다.
노조는 먼저 아직도 미완인 채 진행중인 부평공장 인수 문제를 잘 생각해야 한다. GM이 대우차 인수당시 부평공장 인수를 꺼려했던 것은 누구보다 노조가 잘 알 것이다. 노사문제가 심각하고 공장을 놀려둬야 할 정도로 팔리는 차가 없어 수익성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2교대 근무제가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에서 노사분규로 인한 작업손실이 일정수준 이하일 때 인수한다는 조건을 붙여 가까스로 매각계약을 마무리 했었다. 가동률 조건은 아직 충족되지 않고있는 상태다.
공장 2개 중 한개는 여전히 2교대 근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직도 갈 길이 먼 셈이다. 부평공장은 GM이 당초부터 먹고싶어 했던 떡이 아닌 만큼 포기할 수도 있다. 그런데 노조 스스로가 그런 빌미를 제공해서야 되겠는가.
또 다른 문제는 이번 파업이 외국인들의 한국투자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느 조사를 보던 외국인들이 한국 투자의 최대 걸림돌로 꼽는 게 노사분규다. 이런 마당에 세계최대 자동차업체인 GM이 파업으로 투자계획을 재고한다면 이는 외국인들의 한국투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확실하게 만드는 상징적 사건이 될 것이다.
이번 파업의 가장 큰 원인은 임금인상 문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법에 따른 정상절차를 거친 합법적 파업을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회사 경영상황을 보면 꼭 파업을 해야 하느냐는 점에서 안타깝다. GM대우는 지난 2002년 GM 인수 후 경영사정이 점점 좋아지고는 있으나 여전히 적자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가 조(兆) 단위의 순이익을 내고있고 한때 비슷한 처지에 있던 쌍용자동차도 적자에서 벗어난 것과는 한참 상황이 다르다. GM 인수 후에도 지금까지 제대로 된 신차종을 하나도 내놓지 못했으며 그 결과 브랜드 이미지는 아직 과거의 수준에서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런 실정에서 무리한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파업에 들어간 것은 아무래도 좋은 모양은 아니다.
노조는 과거 회사가 잘못돼 대규모 정리해고로 남은 사람도 떠난 사람도 눈물을 흘려야 했던 참담한 경험을 기억해야 한다. 그것은 오래 전 일이 아니라 겨우 3년 전의 일이다. 노조는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파업을 풀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