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이영남 회장] 끊임없이 도전하는 당찬 여장부
조현정 비트컴퓨터 사장
내가 이영남 사장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 95년 말 10여명의 젊은 기술계 기업가들이 모여 벤처기업협회를 창립하면서다. 조직의 규모를 키우고 활동성을 높이기 위해 임원 진용을 갖춰가는 와중에 활동적인 여성 임원감이 있다는 주변의 추천에 96년 초 전자계측기를 제조하는 서현전자(현 이지디지털)의 이 사장을 만났다.
그의 첫 인상은 미모를 갖췄으면서도 정밀기술을 다루는 제조업을 경영해서인지 다른 여성 기업가보다 그릇이 커 보이고 카리스마가 있었다. 위트와 조리 있는 말솜씨까지 갖춘 '여장부'였다. 벤처협회 창립 멤버 대부분은 연구원 출신이거나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자마자 창업한 엔지니어 출신이어서 술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다. 이 사장은 이날 저녁 모임에서 모든 남성 임원들을 술로 'KO'시켜버렸다. 그런 적극적인 자세와 이력에 반해 만장일치로 홍일점 여성 임원에 선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때 자리를 같이 했던 임원들은 지금 주량이 제법 늘었다. 이는 전적으로 이 사장의 '공(功)'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장의 뛰어난 술 실력은 여성이라는 편견이나 배려를 바라지 않는 그 나름의 노력인 동시에 동등 아니면 그 이상의 능력으로 기업을 경영하고 사회활동을 하겠다는 '자기최면의 툴(tool)'이 아닌가 생각된다. 잦은 모임에서 지켜보면 결코 술꾼이나 애주가는 아니지만 자리를 같이 한 모든 이에게 당당한 기업가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지였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에는 술을 무척 자제하고 동료들에게도 술을 덜 권한 지 오래 됐다. 이미 이 사장의 기업가로서의 절대능력을 확인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사장은 특히 개인기업보다 국가 전체를 생각하는 리더십으로 여성벤처협회를 맡아 운영하고 있다. 남성이 중심이 된 벤처기업협회에서 익힌 벤처정책의 트렌드와 개인적인 카리스마, 독자적으로 개발한 정책을 바탕으로 여성 기업인들의 모임인 여성벤처협회의 위상을 크게 신장시켰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모두들 아쉬워하고 있지만 그의 경영철학은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여성인력을 사회에 보다 많이 진출시킬 수 있는 버팀목이 될 것으로 믿는다.
이 사장이 한 모임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1만달러 시대를 만들어왔으나 이제는 소프트웨어적인 여성 기업가들의 사회진출을 도와 여성들이 2만달러 시대를 앞당기는 주역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 사장은 그의 이러한 생각을 현실로 이룰 때까지 끊임없이 도전할 당찬 여장부다.
입력시간 : 2004-09-12 19: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