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나라 ‘감세안’엇박자

소장파 “인기 겨냥한 급조 움직임” 거센 비판<br>지도부는 당론 고수…계수조정 승부 걸기로

감세안을 둘러싼 한나라당의 당내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계수조정에서 승부를 걸기로 했지만 회의적인 시각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형국이다. 소장파 모임인 새정치수요모임은 16일 토론회를 갖고 감세안에 본격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복지 예산 등 재정 수요가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당의 감세정책이 인기 위주로 급조된 정치적 움직임이란 게 수요모임측 시각. 박형준 의원은 “당이 조세구조에 대한 분석도 없이 단기적으로 세금과의 전쟁부터 터뜨리고 이에 맞춰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남경필 의원도 “앞으로 대선 국면에서 복지예산 증액 등 세출을 늘리는 공약을 내놓지 않을 수 없는데 감세안과 상충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감세안을 주도한 당 재경위원들은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윤건영 의원은 “소득세를 인하하면 연소득 8,000만원 이상의 고소득층에는 불과 0.2%의 감세효과가 있지만 연소득 1,000만원 이하 계층에는 44%의 세금이 줄어든다”고 반박했다. 정부 여당이 감세안 수용불가 방침을 고수하는데다 감세안에 따른 당내 ‘파열음’이 확산되면서 한나라당이 국회 상임위 심의 과정에서 감세안 관철을 고집하기 힘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결국 감세안을 당론으로 밀고 있는 지도부는 이 같은 당내 엇박자 속에 계수조정에 승부를 걸기로 했다.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서병수 정책위의장대행은 “예산삭감을 제대로 하기 위해 계수조정 소위에서 삭감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표도 “철저한 원칙을 갖고 절대 흔들리지 않는 의원들을 선별해 계수조정 소위에 안배하라”고 말했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결국 ‘도로 계수협상’으로 회귀했다는 혹평을 내놓고 있다. 수요모임의 한 의원은 “의원들 이해가 걸려 있는데 상임위에서 예산을 깎을 수 있는 ‘용사’가 누가 있느냐. 처음부터 지도부의 ‘상임위별 삭감’ 방침은 비현실적이었다”며 “결국 계수조정에서 적당히 타협하는 예년의 예를 반복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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