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정책은 디플레이션을 가속화시키는 결과만 낳게 될 것이다`
사상 초유의 저금리가 수반하는 효과보다는 오히려 이 같은 정책에 따라 미국과 유럽이 모두 일본식 장기 디플레이션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가 21일 보도했다. 현재 상황에서 저금리 정책은 개인과 기업들의 소비와 투자 확대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금융 비용 부담 축소로 경쟁력 없는 기업들의 목숨만을 연장시켜 결과적으로 과잉 생산실업률 증가소비 위축물가 하락의 악순환만을 야기하게 된다는 것.
개인 소비의 경우 이미 가계 부채가 포화 상태에 이르러 저금리로 인한 추가 소비 진작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지적됐다. 현재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를 포함하는 선진서방7개국(G7)의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105%로 지난 90년대 90%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 파이낸셜타임스는 이와 관련 “일반 개인들이 너무 많은 부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시점에선 저금리가 더 이상 소비를 유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기업들의 신규투자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점으로, 기업들은 최근 저금리 정책을 투자 확대로 연결시키는 것이 아니라 부채 규모 축소 기회로만 활용하고 있다는 것. 이러한 움직임은 특히 90년대 말 거품 붕괴 과정에서 줄 도산을 경험한 기업들이 신규 투자를 통한 몸집 키우기 보다 재무구조 개선의 중요성을 절감하면서 기업 규모에 관계 없이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저금리 기조가 형성된 올 상반기 미국과 유럽 기업들의 회사채 신규 발행은 크게 늘었지만, 이들 대부분은 기존 고금리의 부채를 갚는데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유럽 시장에서 회사채 발행 규모는 1,000억유로로 지난 91년 이후 가장 컸지만 베텔스만과 비벤디 등 이 기간 동안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들은 이 자금을 모두 부채 상환에 사용했다.
이처럼 저금리를 활용해 금융비용을 줄여가는 채무재조정(리파이낸싱)은 결국 경쟁력 없는 기업들의 생명력을 연장시키는 부작용만을 낳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메릴린치의 리처드 번스타인은 “채무재조정을 통해 반도체와 자동차 업종 등에서 경쟁력 없는 기업들이 목숨을 연장시키고 있다”며 “이는 곧 과잉 생산과 이로 인한 신규 투자 및 고용 위축으로 이어져 디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윤석기자 yoep@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