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일요스페셜-최명희' 방송
KBS1TV는 작가 최명희의 별세 2주기를 맞아 '일요스페셜-혼불 최명희'를 편성, 그의 작가정신과 소설 '혼불'의 의의를 되돌아보는 프로그램을 방송한다.
'혼불'은 전주 일대에서 구전돼온 말로, 사람의 몸안에 있다가 죽을 때가 되면 빠져나가는 '혼의 불'. 최명희는 혼불이 빠져나간 껍데기처럼 살았던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당시 풍속과 정경을 섬세한 우리말로 전한 대작 '혼불'을 완성했다. 이 소설은 집필기간 17년에 원고지 1만2,000장을 들여 10권으로 묶은 방대한 작품.
소설 '혼불'은 당시의 세시풍속과 관혼상제, 두레풍습 등을 재현했을 뿐아니라 의복에서부터 음식, 기후와 촌락구조, 사람들의 언어ㆍ몸짓까지 꼼꼼하게 복원한 풍속사이자 민속백과사전이다. 또 소리내 읽으면 그대로 판소리 가락이 되는데다 순결한 국어가 생생히 살아난 '우리말의 보고'이기도 하다.
이러한 대작을 만들기 위한 작가의 공들임은 눈물겨울 정도. 등장인물의 사주까지 일일이 뽑아 거기에 맞게 소설 속 운명을 엮어갔으며, 전국 방방곡곡과 멀리 중국까지 발품을 팔았다.
또한 글이 자신과 한몸이 될 때까지 주무르고 또 주물러, 때론 쉼표 하나를 어쩌지 못해 찍었다 지웠다 하며 온밤을 지샜다고도 한다.
그렇게 17년. 소설 '혼불'은 완간됐지만 작가는 혼불처럼 스러져 다시 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나고만다.
제작진은 '혼불'의 배경이 된 남원과 그의 고향인 전주일대, 서울의 집필실과 초청강연을 했던 뉴욕을 비롯, 그가 소설 속 주인공을 따라 취재길에 올랐던 중국 심양을취재했다. 또 작가가 생전에 남긴 육성과 증언도 준비했다.
'작가는 생전에 "'혼불'은 내가 쓴 것이 아니라 그 속의 등장 인물들이 저네들끼리 타올라서 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일회용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소설 '혼불'은 여러 가지로 시사해주는 바가 많은 작품인 듯싶다.
김희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