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회산 백련지, 10만평 백련서식지 동양최대<br>7월~9월 차례대로 꽃피어나 초록빛 사이 백학이 춤추는듯<br>산책로·뱃길 추억만들기 제격
| 백련지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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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연꽃길 서면 시름도 사르르…
무안 회산 백련지, 10만평 백련서식지 동양최대7월~9월 차례대로 꽃피어나 초록빛 사이 백학이 춤추는듯산책로·뱃길 추억만들기 제격
전남 무안=사진ㆍ글 홍병문기자 hbm@sed.co.kr
백련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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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메모] 무안 회산 백련지
영산(靈山)의 범왕(梵王)이 석가모니에게 연꽃을 바치며 설법을 청했다. 연꽃을 쥐어 든 석가는 제자들에게 말없이 들어 보였다. 영문을 모르는 제자들은 눈만 둥그렇게 뜬 채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수제자 가섭(迦葉)만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마치 석가모니의 깊은 뜻을 알기라도 한 것처럼.
입가에 웃음을 지은 가섭에게 석가모니는 번뇌에서 벗어날 수 있는 불교의 진리를 전해주었다고 한다. 선종에서 선(禪)의 기원을 설명하기 위해 전해 오는 ‘염화시중’(拈花示衆) 이야기다. 말을 하지 않고도 마음과 마음이 통해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염화시중이라는 한자성어는 석가모니가 들어 보인 연꽃에서 비롯된 말이다.
가섭의 일화에서 보듯 연꽃은 깨달음을 전해주는 꽃이다. 하지만 굳이 염화시중을 떠올리지 않더라고 진흙탕 물과 강렬한 여름 뙤약볕을 뚫고 뻗어 나오는 순백의 연꽃을 보면 자연이 전해주는 오묘한 진리를 저절로 깨닫게 된다.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 사람들이 그늘 한 점 없는 연꽃 방죽을 찾는 이유가 이 때문이라면 과장일까.
전남 무안 사람들은 10만평 넓이의 방죽에 연꽃을 가꾸고 연꽃이 만개하는 8월이면 매년 전국 방방곡곡의 외지인들을 불러 모은다. 마치 자신들이 정성을 들여 키운 백련, 홍련, 어리연, 가시연, 물양귀비 등을 자랑하고 싶어 안달이 난 듯.
일로읍 복용리에 위치한 회산 백련지는 암울했던 일본 식민지 시대에 우리 조상들이 피와 땀으로 축조해 주위 농경지 젖줄 역할을 했다. 회산 백련지가 동양 최대 백련 서식지로 번성한 데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전해진다. 당시 이곳 마을 몇몇 주민들이 저수지 가장 자리에 백련 12주를 구해다 심었는데 그날 밤 마을 사람들은 하늘에서 학 12마리가 내려와 앉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백련을 닮은 학의 모습을 꿈에서 본 마을 사람들은 이후 정성을 다해 연을 가꾸었다.
백련지를 가득 채운 백련은 꽃 색깔이 발그레한 홍련과 달리 일시에 모두 피지 않고 7월부터 9월까지 차례로 핀다. 그래서 연못 가득 하얗게 만발한 연꽃 동산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막상 연잎 위로 듬성듬성 고개를 쳐들고 있는 백련꽃을 보고 실망하기 일쑤다. 하지만 푸른 백련 잎이 무성한 연못을 가로지르며 산책로를 유유자적 거닐다 보면 아쉬움은 이내 사라지고 녹색과 흰색이 조화를 이루는 은은한 풍경에 신선이나 된 것 마냥 들뜨게 된다.
무안군은 매년 8월 중순께 연꽃축제를 여는데 햇수로 아홉번째인 올해는 지난 12일 축제를 시작해 18일에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정작 화려한 백련꽃 아름다움의 절정을 맛보려면 8월말이 제격이다. 백련이 만발하는 시기가 바로 8월말이기 때문이다. 백련축제를 8월 중순께 여는 것은 8월말이면 매년 빠지지 않고 한반도 남단을 강타하는 태풍 때문에 축제를 망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휴가철이 한창인 8월초에는 백련지 방죽 주변 나무와 올해 연꽃방죽 한 가운데 새로 지은 수상 유리온실에서 한 여름 태양빛을 피할 수 있겠지만 결국 연못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산책로를 거닐다 보면 이마에서 줄줄 흐르는 땀방울을 막을 길이 없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더위가 한풀 꺾이고 방문객 발길도 뜸해지는 8월말이 연꽃 감상 시기로는 최상이라고 말한다.
올해는 세계 각국의 연꽃과 수상생물, 아열대 식물 등 200여종을 전시해 놓은 수상 유리 온실 덕택에 관람객들의 눈이 한층 더 즐겁다. 산책로 끝에는 백련지를 보트로 돌아볼 수 있도록 연꽃 탐사길이 만들어져 있다. 연인들의 추억 만들기 거리로는 제격이다.
입력시간 : 2005/08/18 14: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