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초대석]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다국적 IT기업 유치 전망 밝다" "국내기업 응용기술 편향…원천기술 확보 첩경"'IT893'전략 홈네트워크등 시범사업 원활…통신업계 인위적 정리보단 시장육성 중요
[월요초대석] 주식회사 정보통신부
[월요초대석] '200만 마일리지' 陳장관
“다국적 IT기업의 연구개발(R&D)센터 국내유치는 바둑에서 ‘포석’과 같은 작업입니다. 이들을 유치,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국이 동북아 IT허브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지난 5월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가 국내에 연구소를 설립한 데 이어 최근 IBM의 유비쿼터스컴퓨팅연구소(IBM UCL)가 국내에 문을 열었다.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외국계 IT R&D센터 유치가 하나 둘씩 열매를 맺고 있는 것이다.
진 장관은 “국내 IT기업 대부분은 응용기술 개발에만 치우쳐 있다”며 “다국적 IT기업의 R&D센터 유치는 이들 기업과 함께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 장관은 스스로를 ‘공익근무요원’이라 불렀다. 나라의 부름을 받고 일하다 소집이 해제되면 언제라도 미련 없이 그만둘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진 장관으로부터 정통부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IT839전략’의 추진전략과 R&D센터 유치현황, 통신산업의 공정경쟁정책 방안 등에 대해 들어본다.
-나라 안팎으로 시끄러운 상황에서도 ‘IT839전략’의 대통령 업무보고가 성공적으로 끝나고 IBM UCL이 문을 여는 등 정통부는 나름대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장관직을 유지하고 있는 몇 안되는 각료 중 한사람인데 비결이 궁금합니다.
▲비결은 무슨…. 우연히 맡게 된 자리지만 와서 보니까 해야 할 일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민간기업에 근무할 때도 시스템을 중요시했는데 노무현 대통령께서도 그런 부분이 상당히 많은 것 같습니다. 과거 정책들을 보면 대충 말로만 떠들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져버리는 것들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일해왔습니다. IT839전략은 정통부 전직원들이 민간업체들과 머리를 맞대고 IT산업 전체를 망라해 핵심 육성책을 만들어보자고 한 것입니다.
-최근 IT839전략의 상반기 추진현황을 총점검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아직 초기라서 그런지 당초 계획대로 잘 추진되고 있습니다. 홈네트워크ㆍ텔레매틱스 등 시범사업들도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더군요. 기술개발이야 워낙 시간이 걸리는 문제라서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표준문제 등도 큰 차질이 없는 것 같습니다.
-최근 IBM UCL이 문을 여는 등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IT R&D센터 유치도 조금씩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R&D센터보다는 장관이 직접 나서 외국의 IT펀드 등을 유치하는 것이 국내 IT산업의 활성화에 더 효과적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R&D센터 유치는 투자유치와는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IT 핵심기술을 우리가 다 할 수는 없는 겁니다. 기본기술을 연구하려는 국내 IT기업이 몇 군데나 있습니까. 근본기술을 가진 외국기업들을 유치해 함께 기술을 개발하자는 것입니다. 첨단기술을 함께 개발해 국내에서 테스트해보고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중국이나 개성에 가서 생산하면 됩니다. 1만달러 소득을 가진 국민이 지금과 같은 일을 해서는 2만달러를 벌 수 없습니다. 투자유치는 기업이 직접 할 일입니다. 제가 외국에 가서 유치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IT산업의 외국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49%로 제한돼 있는 외국인 투자지분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통신사업자들의 요구가 많습니다. 외국인 투자제한 완화계획은 없습니까.
▲지분완화 문제는 최근 도입한 기간통신사업자의 외국인 대주주에 대한 ‘공익성심사제도’의 효율성 여부를 평가한 뒤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외국인 투자제한 완화보다는 시중에 떠도는 400조원의 부동자금을 투자로 유입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현재 상태로도 국내기업의 외국인지분 소유구조는 경쟁국인 타이완보다 더 나쁜 상황입니다. 단기적인 주가부양을 위해 외국인 투자지분을 섣불리 늘리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최근 정통부의 영업정지명령과 업체간 자율합의로 이동통신 3사간 과열경쟁이 다소 진정됐지만 여전히 일선 대리점에서는 언제든 다시 가입자 유치를 위한 출혈경쟁이 재현될 불씨가 살아 있는 게 사실입니다.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까.
▲전국의 이동통신 대리점이 1만5,000여개에 달하다 보니 본사가 자제하더라도 언제든 일선 대리점에서는 무리한 경쟁이 일어날 여지가 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과열경쟁에는 누군가 먼저 불을 지른 쪽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원인을 제공한 사업자에 대해서는 좀더 엄정한 처벌을 가하는 방안을 고려 중입니다.
-최근의 과열경쟁은 정통부가 과거 너무 많은 업체에 사업권을 허가한 데서 비롯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앞으로 통신시장 구조조정에 정통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은 없으십니까.
▲미국 자동차산업의 예를 들어보죠. 1900년대 초만 해도 미국 자동차업체는 200여개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불과 2~3개 업체에 불과합니다. 우리 통신사업도 마찬가지라고 보면 됩니다. 성장이 멈추면 시장에서 자연히 정리될 것으로 봅니다. 정통부로서는 인위적인 정리보다는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다만 공정경쟁체제가 유지되고 기존 사업에서의 지배력이 새로운 서비스에도 그대로 전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에 특별히 신경쓸 생각입니다.
-최근 이동통신 요금인하를 놓고 이통사들과 시민단체가 줄다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재정경제부도 정통부에 물가인상 억제를 위해 요금인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데 요금인하계획은 없습니까.
▲당초 정통부는 요금인하보다는 통신투자 확대에 더 비중을 뒀습니다만 최근 물가상승에 따른 서민들의 부담이 늘고 있어 어느 정도의 요금인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투자확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국가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인하폭은 후발사업자들의 경쟁력 약화 등 이에 따른 부작용을 고려, 사업자들과 협의해 결정할 것입니다.
-최근 두루넷 법정관리인과 면담해 제3자 매각을 서두르도록 권유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영난으로 법정관리 중인 후발사업자들의 조기매각을 추진하려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장관의 생각은 무엇입니까.
▲통신사업은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회사가치가 떨어집니다. 두루넷ㆍ온세통신 등 법정관리 중인 기업은 적극적인 투자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따라서 시간이 흐를수록 기업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채권단으로서도 매각가치가 떨어지니까 손해입니다. 지금 당장은 금융비용 등을 물지 않기 때문에 괜찮지만 기업이란 지금 먹고 산다고 유지되는 게 아닙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조기매각을 강요하기보다는 업체측에서 이를 추진할 경우 정통부가 적극적으로 중재하겠다는 것입니다.
-장관 취임 이후 1년4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기업들에는 정통부가 규제기관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지난 4월에는 규제에 대한 전면 재검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아는데 규제완화 방안은 있습니까.
▲4월 이후 53개 규제에 대한 검토작업에 들어갔지만 특별히 기업활동을 불합리하게 제한하는 규제는 거의 다 개선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시장환경을 반영해 탄력적인 정책을 펴나갈 계획입니다. 이미 발표한 접속료 차등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기간역무화 등은 차질 없이 추진해 규제의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을 제고해나가겠습니다.
-친정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성에서 일할 때와 일단 한발 비켜선 상태에서 삼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을 텐데 삼성에 대해 쓴 소리를 한마디 한다면.
▲삼성이 지금 같은 기업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10년, 15년 후에도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새로운 분야로의 사업 다각화를 시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삼성이 로봇산업에 손을 대지 않은 것을 보십시오. 로봇산업은 단순히 기계적인 게 아니라 IT산업의 총합체입니다. 삼성전자도 시스코나 오라클처럼 다양한 IT산업에 눈을 돌려야 합니다.
-지금까지 장관의 삶은 상당히 역동적이며 목표지향적이라는 느낌이 강한데 정통부 장관 다음의 목표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까.
▲우리 IT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적자원입니다. 제 생각에는 소프트웨어나 디자인 분야의 고급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 은퇴 후에는 이 같은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학교를 운영해보고 싶습니다. 지금은 ‘공익근무요원’으로서 아직 할 일이 많으니 역할에 충실해야겠죠.
정리=정두환
기자 dhchung@sed.co.kr
입력시간 : 2004-07-04 1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