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주일미군, 동북아 안보 파수꾼인가?

1~3시간내 동북아 전역 신속기동군 전개 가능<br>7함대 한반도 유사시 대비 '작계 5077' 수행

"안보환경과 지리적 여건상 미군은 반드시 일본에 있어야 합니다." 오키나와(沖繩)현에 있는 미 제3해병원정군의 공보책임자인 슐츠 중령은 미군의일본 주둔 필요성을 이렇게 정의했다. 새로운 안보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 핵과 재래식 전력으로 무장한북한을 견제하고 예상되는 역내 분쟁 등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1~3시간내에 동북아 어느 곳이든 투입이 가능한 일본의 전략ㆍ지리적 이점을 설명한 것이다. 2008년까지 1만2천500명이 줄어드는 주한미군처럼 주일미군도 지상군 병력은 줄이고 첨단무기로 무장한다는 계획이다. 줄어드는 미군 병력을 대신해 일본 자위대의역할을 강화할 것이라고 양국 외교.군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강조했다. 오키나와 가데나(嘉手納) 공군기지와 후덴마(普天間) 해병항공기지, 가나가와(神奈川)현의 캠프 자마(座間)와 요코스카(橫須賀) 해군기지 등 주요 주일미군기지에는 육군 1천882명, 해군 7천125명, 공군 1만3천926명, 해병 1만4천450 등 3만7천383명이 근무하고 있다. 육상 근무자를 제외한 7함대 병력은 1만3천269명이며 육상 근무자는 해상근무자의 절반 수준이다. 캠프 자마에 있는 육군은 전투부대라기 보다는 일본과 태평양 일대의 군수를 담당하는 제9전구지원사령부다. 주일미군의 핵심 전력이 해.공군, 해병대를 중심으로 한 신속기동군이라는 것은이같은 병력 현황이 잘 말해주고 있다. ◇ 북한이 경계하는 가데나 공군기지 아시아 최대규모의 군사기지인 가데다 공군기지에는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길이3.7㎞의 활주로가 4개 있다. 배치된 항공기 120여대 가운데 50%가 전쟁억제를 임무로 하고 있으며 서울과 대만, 도쿄 등지에 1시간 내에 투입이 가능하다. 10월 쓰나미 피해 때는 인도주의적 지원 목적으로 미군 전력이 처음으로 이 곳에서 파견되기도 했다. 6천여명의 공군과 1천200여명의 육군 및 해병이 근무하고 있다. 공보장교인 마크 폴리 중령은 "기지에는 핵심 전력인 54대의 F-15 전투기와 E-3지휘기, KC-135 공중급유기, RC-135 전략정찰기 등이 배치돼 있다"고 말했다. 활주로 인근에는 KC-135와 RC-135, HH-60 헬기 격납고가 따로 마련돼 있으며 48개의 콘크리트 격납고는 F-15E 전투기 정비 능력도 갖추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해 1월 '조선을 겨냥한 대규모 간첩정보정탐기지-가데나'란 제목의 논설에서 가데나기지에 배치된 U-2 정찰기는 고공에서 북한의 군사기지배치 실태를 촬영하고 RC-135는 미사일기지 움직임을, EP-3 정찰기는 무선.레이더주파수와 함정의 통신체계 추적, WC-135W 특수정찰기는 핵시설 탐지를 각각 임무로하고 있다며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 유엔사 후방기지 비행장 후덴마 해병항공기지 주일 미해병대는 제3 해병기동군(Ⅲ MEF)과 주일미해병사령부로 나뉜다. Ⅲ MEF는 제1해병비행단(오키나와)과 36해병비행전대, 18해병통제전대, 17해병지원대대로편성돼 있다. 주일미해병사령부 예하에는 캠프 버틀러 해병기지, 이와쿠니 해병항공기지, 캠프 후지와 후덴마 해병항공기지가 소속돼 있다. 48.11㎢의 기지면적 가운데 40%가활주로로 이뤄진 후덴마 기지에는 75대의 회전익 항공기가 배치돼 있다. 활주로는 미국 최대 수송기인 C-5 갤럭시가 이.착륙할 수 있는 규모다. 전체길이가 75m, 높이 20m, 날개폭 68m인 C-5는 20명의 승무원과 345명의 완전무장한 병사,M-60 전차 2대, M-113 장갑 수송차 5대 등을 적재할 수 있다. 예하 36해병항공전대에는 CH-46E(중형 수송헬기) 26대와 CH-53(침투용 수송헬기)14대, KC-130(급유.수송기) 13대, AH-1W(경공격 헬기) 13대, UH-1N(다목적 헬기) 8대가 있다. 첨단 감시 레이더와 1개의 스팅어 단거리방공 미사일 포대를 갖추고 해병원정군전력에 대한 항공통제를 임무로 하는 18해병 항공통제전대도 편제돼 있다. 1945년 B-29 폭격기 전개기지로 창설된 후덴마 기지는 한반도 유사시 유엔사 후방기지의 비행장으로 임무가 전환된다. 1~3시간내 동북아 전역 신속기동군 전개 가능7함대 한반도 유사시 대비 '작계 5077' ◇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인연..자마기지 도쿄에서 북쪽으로 60㎞에 있는 캠프 자마는 1945년부터 미군기지로 사용됐다. 공보장교인 조슈아 해밀턴 대위는 "현재 미 국방부의 건물을 설계한 사람이 기지 건설에 깊숙이 관여했다"고 설명했다. 옛 일본 육군사관학교가 있던 곳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다. 박 전대통령은 자마기지에 미군이 주둔하기 한 해 전인 1944년 일본육사 본과에 입학해 1946년 졸업과 동시에 소위로 임관했다. 미 육군성 소속으로 자마기지의 정치.군사담당 책임자인 교포 3세 앤드류 김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자마기지에 있던 일본육사를 졸업했다. 자미기지에 근무하고 있는 일본군 장교들은 박 대통령의 졸업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며 "박정희 전대통령은 이 곳에서 '현대 한국 건설의 틜痴?로 불리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육상자위대와 연간 4차례 통합훈련을 하고 을지포커스렌즈(UFL)연습과 전시증원연습(RSO&I) 등을 기획하는 것도 주요 임무 중 하나다.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해 히로시마 등 3개 지역에 탄약저장소 3곳을 운영 중이며 1개 탄약저장소에는 최대6만4천t의 각종 탄약이 저장돼 있다. 333통신중대는 전세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기지와 실시간 통신이 가능하다. 하와이 태평양사령부의 지휘를 받는 군 정보여단도 이 곳에 파견돼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자위대의 해외파견과 테러대처를 위한 사령탑 기능을담당하기 위해 신설되는 육상자위대 '중앙즉응집단' 사령부가 캠프 자마에 설치되는쪽으로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 미국 워싱턴주 소재 육군 제1군단사령부도 자마기지로 이전하는 방안이 유력해 양국 군사령부가 한 곳에 모이는 '군사 일체화'가 현실화할 움직임도 있다. 앤드류 김씨는 "1군단 전체가 이전한다는 계획은 없지만 헤드쿼터(사령부)를 옮긴다는 이야기는 있었다"며 "일본측과 계속 논의하고 있으나 헤드쿼터가 이전한다고해도 현재와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겐지로 몬지(門司 健次郞) 방위청 국제협력국장은 이와 관련, "주일미군 기지개편은 주일미군의 억제력을 유지하면서 기지 주변 주민들의 부담을 줄여나간다는원칙에서 3단계로 이뤄질 것"이라며 "9월 윤곽이 드러날 예정이었지만 총선으로 연기됐고 연말까지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 7함대 거점 요코스카 해군기지 한반도 유사시 비전투원 소개 작전인 '작계 5077'과 한반도 전면전 대비 계획인'작계 5027'을 지원하는 미 해군 7함대의 모항이 요코스카에 있다. 북한 주민들이 대규모로 해상으로 탈출하면 이들을 구조해 함정에 격리 수용하는 것도 7함대의 임무다. 동해 공해상에서 북한의 미사일 기지 움직임을 24시간 관찰하는 이지스 순양함(커티스 위버호)도 요코스카 기지에서 출항했다. 각종 함정 11척과 키티호크 항공모함, 순양함 2척, 구축함 5척 등의 모항이다. 1870년 프랑스인이 건설한 제철소, 조선소가 있던 곳으로 옛 일본군이 군사항으로개발했다. 일본군의 지하벙커 154개가 있으며 부두에 인접한 대규모 벙커 1곳은 1945년부터 올해 초까지 미 해군의 작전지휘소로 이용됐다. 북한 원산 앞 공해상에서 대북정보 수집을 하다가 1968년 1월 북한 해군 어뢰정에 나포된 푸에블로호의 모항도 요코스카 기지였다. 로스앤젤레스급 핵 잠수함은 입항 2시간 전에 일본 당국에 통고하면 언제든지입항할 수 있다. 함정수리용 드라이 독이 6개 있으며 이 중 1872년에 완공된 것은아직도 소형 함정 수리에 이용되고 있다. 미군은 1942년 요코스카 기지 공습에 실패하고 2년 뒤 재차 공습에 나섰으나 향후 자신들이 사용할 것을 염두에 두고 공습을 취소했었다고 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래서 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만약 살고 싶으면 요코스카로 가라"는 말이 나돌았다고 한다. 요코스카에서 출항하는 함정은 한반도에 48시간, 필리핀에는 60시간이면 도착할수 있으며 연합작전 능력 강화를 목적으로 일본 해상자위대와 연간 60~70여회 가량연합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 끈끈한 미-일 군사동맹 미국과 일본의 군사동맹 관계는 단순한 협력 차원을 넘어 '훈련-작전의 통합'을이루려는 단계로까지 발전했다. 주일미국 대사관 고위 관리는 "미군의 'Front Line'(최전선)을 일본쪽으로 이동하려는 것은 주일미군과 자위대의 훈련ㆍ작전통합을 이루고 일본의 역할, 즉 역내안보증진 노력을 향상시키려는 조치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일본 방위청 고위 관리는 최근 논의 중인 미국과 일본의 현안은 탄도미사일 방어체계와 합동전력 운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일본이 추진중인 무기수출 원칙 변화와 방위청의 격상, 헌법수정 문제에 있어 미국과 공감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즉 미국 외 다른 국가에도미사일 방어와 관련 기술.부품을 제공할 수 있으며 방위청의 '성(省)' 승격과 군대를 보유할 수 있도록 평화헌법을 개정하는 문제에 대해 미측도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일미군은 일본 자위대 훈련장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야간에는 비행을금지하고 주말엔 저고도 비행을 금지하는 등 기지 주변 주민들에 대한 '삶의 질' 보장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오키나와.도쿄=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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