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16일 발간한 2004년 무역개발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의 명도(明度)가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UNCTAD는 지난해 글로벌 경제는 2.6%의 성장률을 보이는데 그쳤지만 올해는 미국과 아시아 경제의 선도로 성장률이 3.8%로 올라설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세계 경제에는 고유가를 포함한 폭넓은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UNCTAD가 이날 발표한 세계 경제의 예상 성장률은 올들어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국제 유가를 감안치는 않은 것이다.
UNCTAD는 유가의 급격한 상승과 향후 추세,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 압력과 금리에 미칠 충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고유가는 수출국들의 수입을 늘려주겠지만 수입국, 특히 개도국에는 악영향을 주게 된다.
유가가 3분기 수준 혹은 그 이상으로 오른다면 선진국의 인플레 우려를 촉발하고 결국은 금리의 인상을 초래할 것이 걱정된다는 것이 UNCTAD의 시각이다.
그러나 이보다도 더욱 UNCTAD의 전문가들을 심각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달러화와 비달러화 경제권의 불균형'으로 집약된다.
UNCTAD 전문가들은 더이상 지탱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 미국의 쌍둥이 적자는달러화에 대한 하락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미국 경제와 기타 주요 경제권 사이에 심한 불균형이 노출돼 있다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경상수지와 재정적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달러화가 더욱 하락하는 것을 막고 세계 경제의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로존을 포함한 기타 경제권이 내부 수요를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 UNCTAD의 지적.
그러나 유로존은 긴축적인 통화.재정 정책을 지속하고 있어 수요는 둔화 상태에있으며 자체 통화의 가치만 높이는 결과를 낳고 있는 실정. 또한 유로화의 강세는유럽 스스로가 저성장과 고실업이라는 덫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UNCTAD는 미국 달러화가 주요 통화에 20% 가까이 하락했지만 미국 경제에 충분한 자극을 주지 못했다면서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 우려로 미국이 취할 수 있는 통화정책의 공간이 제한적인 만큼 달러화의 추가 하락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진단한다.
보고서는 미국이 어느 시점에 가서는 달러화의 평가 절하를 통해 재정적자를 처리해야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외환을 포함한 국제금융시장에 즉각 불안을 야기하는 것은 물론 보호무역주의의 강화를 촉발할 수 있다.
국채를 포함한 미국의 금융 자산에 대거 투자한 아시아 국가들이 자금을 회수,유로와 같은 비달러화 표시 자산을 매입하거나 유럽 국가들이 달러화의 평가절하에맞서 유로화를 경쟁적으로 평가절하할 가능성도 UNCTAD가 우려하는 시나리오다.
UNCTAD의 한 전문가는 미국이 중국에 변동환율제를 도입할 것을 종용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의 변동폭이 적정한지는 누구도 자신있게 단언할 수 없다면서 이는 적절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중국이 위안화의 환율에 대한 조절을 시도한다면 국제 투기세력을 대거 불러들여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UNCTAD 보고서는 개도국들이 국제사회의 압력에 못이겨 변동환율제를 채택했지만 심한 환율 변동으로 피해를 보고는 결국 이를 철회하는 경우가 실제로 많다면서이런 우려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개도국들이 안심하고 변동환율제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각국 통화의 가치가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UNTAD의 판단.
UNCTAD는 보고서에서 세계무역기구(WTO)가 협상을 통해 관세 문제를 다루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일정한 규범하에 다자간의 협의체제를 마련할 것을 제언했다.
(제네바=연합뉴스) 문정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