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공직자윤리 법령을 찔끔 손질하는 수준에서 전현직 관료 간 유착관계를 끊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의 각 행정부서는 그동안 업계 의견수렴과 업무편의 등을 위해 각종 연합회·협회·조합 등을 만들게 하고 안전점검·인증·모니터링 등 정부 업무를 위탁해왔다. 문제는 퇴직관료들이 사업자단체의 기관장이나 상근부회장 등 핵심 자리를 꿰차면서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정부가 반드시 수행해야 할 관리·감독 기능조차 사업자단체에 넘어가거나 금융시장의 건전성, 국민의 안전을 담보해야 할 규제조차 보완장치 없이 무너져버린 것이다.
사업자단체가 퇴직관료에게 바라는 것은 정부 부처와 후배 공무원들을 상대로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로비스트와 정부의 감시·감독에 대한 방패막이 역할이다. 현직관료 또한 퇴직 후 대기업, 로펌, 회계·세무법인이나 사업자단체에서 일자리를 얻으려고 퇴직관료·사업자단체와 타협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안전과 관련된 규제와 감시·감독 등 정부의 핵심 기능을 민간에 잘못 맡길 경우 참혹한 재앙이 따를 수 있음을 목도했다. 꼭 필요한 감시·감독 기능은 민간에서 회수해 정부가 직접 수행할 필요가 있다. 이번 기회에 애매모호한 법령을 명료하고 투명하게 손질해 정부·관료에 대한 산업계의 로비 수요를 줄여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