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가 아니라 건설근로자로 불러주세요』
건설현장에 일본용어 추방운동이 한창이다.
어느 분야보다 일본용어가 판을 치는 곳이 건설업계다. 심지어 일본용어를 모르면 작업이 안될 정도다. 이는 일제시대의 잔재로 일본의 그늘을 벗어난 지 반세기가 넘었는데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이같은 오랜 관행을 뿌리뽑기 위해 LG건설, 우방 등 업체가 회사차원에서 발벗고 나섰다.
LG건설은 부산 용호동 LG메트로시티 건설현장에서 일본어추방운동을 벌이고 있다. 잘못된 일본용어를 우리말로 고친 「표준용어 현황판」을 설치하고 매일 아침 작업에 앞서 근로자를 교육시키고 있다. 표준용어 퀴즈대회를 열어 우수근로자에게 시상도 한다.
자주 사용되는 일본어는 가다와꾸(거푸집), 데모도(조력공), 베니야판(합판), 시아게(끝손질), 야리끼리(도급주기), 데나오시(재공사), 하시라(기둥), 노바시(늘이기) 등 수없이 많다. 일반인은 어느 나라의 건설현장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다.
메트로시티 현장소장인 신진식(辛盡植·45)씨는 『일본용어를 쓰지 않으면 건설현장에서 소외되고 무시당하는 게 현실이다』며 『모든 현장에서 일본말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일본어 추방운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건설분야에 일본어가 유독 많은 것은 일제시대이후의 기술종속에서 연유한다. 건설은 어떤 분야 못지 않게 우리 기술이 축적돼 있음에도 일본용어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의식적인 노력이 부족한 탓』이라고 말했다.
LG건설 송용훈(宋容勳·52)상무보도 『과거 일본용어를 한국어로 풀이한 건설용어사전이 필수품일 정도로 기술에서 용어까지 일본에 의존했다』며 『이제 해외에서도 시공력을 인정받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용어를 쓰고 있는 것은 안이함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우방그룹(회장 李淳牧)은 「우리말 바로쓰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우방은 지난해 「사랑으로 사는 사람들」이라는 사내모임을 결성했으며 전국 100여곳의 건설현장에 「우리말 사랑」 실천공문과 건설용어 바로쓰기 포스터를 배포했다. 이 회사는 건설현장의 일본용어 추방 뿐 아니라 사내 공문과 제작물에 외래어 사용을 자제하는 등 우리말 사랑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일본용어를 대신할 알맞은 우리말을 만드는 노력도 필요하다.
건설기술연구원 김수암(金洙岩·41)박사는 『건설용어 가운데 마땅한 우리말이 없어 일본어를 쓰는 사례도 많다』며 『우리용어를 만드는 것이 건설현장에서 일본말을 몰아내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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