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9월 1일] 절제의 삶

오랜만에 만난 변호사 후배에게 반가운 마음에 안부를 물었더니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법정스님 책을 읽고 많은 감동을 받았다며 무소유 정신을 닮고 싶다고 했다. 나누고 버리는 생활을 살려고 노력했더니 마음이 참 편하고 행복하단다. 부질없고 사사로운 욕심을 버린 얼굴이 너무나 맑고 아름다웠다. 비움의 삶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부럽고 부끄러웠다.

고등학교 동창들과 식사자리에서 나눈 대화에서도 나는 많은 것을 배운다. 아이들 입시문제, 학교교육문제 등 생활의 소소한 내용에 대해 수다를 떨다 한 친구가 교육문제를 걱정하며 푸념하기 시작한다. 우리 사회는 쓰레기가 너무 넘쳐나 걱정된다는 것이다. 모두들 교육과 쓰레기가 무슨 관련이 있지 하면서 의아해 한다.

그 친구는 과잉생산시대에 살고 있어 불필요한 쓰레기가 지구에 쏟아지고 있다고 말을 꺼낸다. 따라서 우리 아이들에게 과잉생산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데 열중하지 말고 문화ㆍ예술ㆍ봉사 등 더 이상 지구에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을 분야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졸지에 동네 아줌마들 모임이 철학적이고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간담회 자리로 변해버렸다. 수다모임의 결론은 우리 아이들 세대는 생산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춘 교육이 아니라 생산된 것을 균형 있게 배분하고 절제하는 삶을 사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갑자기 친구들이 멋있고 존경스러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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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의 삶을 얘기하는 후배나 지구에 쓰레기를 줄이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친구들이나 모두 우리의 삶에 절제가 필요하다는 공통의 얘기를 하고 있다. 거창하게 무소유의 삶까지 말하지 않더라도 우리 이웃들은 절제되지 못한 현대인의 삶의 문제점을 생활에서 느끼며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쓰레기로 넘쳐나는 지구를 우리 아이에게 물려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부모로서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총리, 장관 내정자들의 공통점은 절제의 삶을 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분들이 더 많은 것을 가지고자 하는 욕심을 버리고 절제하였다면 지금 고위공직자로서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을 것이다. 생활에서의 비움과 절제의 지혜가 실천에 옮겨지지 못한 결과의 비극이다.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올 여름 유난히 무더운 날씨였지만 우리 집은 에어컨을 켜지 말자는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 에어컨 대신 선풍기와 부채로 한여름을 나면서도 작은 실천으로 우리 아이를 위한 지구의 환경보호에 자그마한 힘이나마 보탠다며 뿌듯해 했다. 절제는 편안함을 추구하고 작은 욕심을 버리는 소소한 생활에서부터 실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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