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豆島 쇼토시마
일본 남서부의 섬 쇼토시마(小豆島). 올리브나무가 울창한 해변은 겨울이 무색하게 녹음이 짙푸르고, 따사로운 햇살은 온난한 지중해성 기후를 실감케 한다.
포도송이처럼 탐스러운 올리브 열매는 햇살을 받아 더욱 영롱하고, 해풍을 가득 머금은 그리스풍차는 지중해의 풍취를 안겨준다.
아테네 신전을 모방한 수많은 건물들과 그리스신화의 내용을 담은 벽화들, 아테나ㆍ제우스ㆍ아폴론 등 갖가지 신상들이 '그리스풍'을 연출하고 있는 이 곳 쇼토시마는 '일본판 그리스'다.
쇼토시마는 일본열도를 구성하고 있는 4개의 큰 섬(홋카이도ㆍ혼슈ㆍ규슈ㆍ시코쿠) 중에서 가장 작은 시코쿠(四國)의 카가와(香川)현에 속한 섬. 면적은 170.8㎢로 거제도(378.8㎢)의 절반에 조금 못미친다.
이 섬은 여러모로 그리스를 연상케 한다. 기후가 지중해성 기후라는 점이 우선 그렇고, 섬 안이 온통 올리브나무로 뒤덮여 있는 것도 그리스를 닮았다. 이 섬이 속해 있는 세토나이카이(瀨戶內海) 바다의 별칭이 '일본의 에게해'인 것 역시 그리스와의 깊은 인연이다.
혼슈와 시코쿠 사이의 내해인 세토나이카이는 600여개의 섬을 가진 바다로 400여개의 섬을 거느린 에게해와 견줄 만큼 빼어난 다도해의 풍광을 자랑한다.
쇼토시마는 세토나이카이에서 두 번째 큰 섬이자 최고의 경승지. 세노나이카이가 1953년 일본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으니, 쇼토시마는 '일본 비경의 일번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공교롭게도 섬의 생김새까지 황소를 닮아 에게해의 미인 에우로페에 얽힌 그리스신화를 떠올리게 한다. 에우로페의 미색에 반한 제우스가 황소로 둔갑해 에우로페를 태우고 크레타섬으로 유인, 사랑을 강탈했다는 신화이다. 쇼토시마 올리브공원의 올리브기념관 벽에는 에우로페의 신화를 담은 벽화가 그려져 있다.
올리브기념관에 들어서면 정면에 '올리브 신' 아테나을 만나게 된다. '평화적 방어전쟁'을 상징하는 여신이기도 하다. 신화에 따르면 아테나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의 대결을 벌인다.
누가 인간에게 유익한 선물을 주는가 겨루는 시합이다. 아테나는 올리브를 선물해, 말을 인간에게 준 포세이돈을 물리치고 승자가 됐다. 올리브는 인간에게 크나 큰 축복임을 강조하는 이야기다.
그런 의미에서 쇼토시마는 '축복의 땅'이라 할 수 있다. 1908년 일본 정부는 큐슈의 가고시마, 혼슈의 미에, 그리고 이 곳 쇼토시마 세 곳에 올리브를 처음 시험재배했는데, 유일하게 쇼토시마에서만 성공을 거뒀다. '지중해성 기후'라는 천혜의 자연조건 덕분이다.
현재 쇼토시마는 일본내 올리브 생산량의 95%를 차지하는 올리브의 고장이다.
올리브가 밀집된 곳은 올리브공원 주변. 섬 전체의 올리브는 대략 2만 그루쯤 되는데 이 중 5,000여 그루가 이 곳에 집중돼 있다.
공원을 관리하는 야시로 유타카 전무는 "10월에 나는 녹색 올리브열매는 식용으로, 12월께 달리는 검붉은 열매는 기름이나 화장품으로 각각 쓰인다"고 설명한 뒤 "특히 5~6월 흰꽃이 필 때는 쇼토시마 섬 전체가 장관을 이룬다"고 말했다.
올리브공원에는 그리스 풍차를 비롯해 다양한 그리스풍 건축물들이 들어서 있고, 다도해의 절경을 감상하면서 즐길 수 있는 온천시설도 갖춰져 있다.
쇼토시마에는 이밖에도 명소들이 많다. 케이블카를 타면서 빼어난 계곡미를 만끽할 수 있는 칸카케이(寒霞溪)협곡은 일본의 3대계곡으로 꼽히고, 태평양전쟁을 시대배경으로 반전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 '24개의 눈동자'의 세트장은 쇼토시마를 찾은 일본인 관광객들의 필수 여정이다.
쇼토시마가 속해 있는 카가와현에서는 리츠린공원을 권할 만하다. 370년전 에도시대 초기에 조경된 다이묘 정원인 리츠린공원은 6개의 연못과 13개의 산이 절묘한 인공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이밖에 긴 돌계단으로 유명한 고토히라신사, 현존하는 일본 최고(最古)의 가부키 전용극장인 카네마루자(金丸座) 등이 카가와를 대표하는 관광지다.
여행메모
◇교통
서울~다카마쓰 항공편은 아시아나 항공이 매주 월ㆍ목ㆍ금요일 3번 운항한다. 시코쿠현 현청소재지인 다카마쓰에서 쇼토시마까지 들어가는 쾌속선이 있다.30분 소요.
◇음식
카가와를 대표하는 음식은 1,300년 전통의 사누키우동. 쫄깃쫄깃하고 탐스러운 면발이 특징이다. 발로 꾹꾹 밟아 만드는 반죽이 비결. 쇠솥에 푹 끓여내는 가마우동을 비롯해 수 십가지 조리법이 있다.
◇여행상품
투어2000(www.tour2000.co.kr, 02-318-2000)은 카가와현 일대를 관광하는 2박3일 패키지상품(44만9,000원)을 판매한다. 리츠린공원ㆍ세토대교ㆍ고토히라신사 등의 여정에 온천욕이 곁들여진다. 일정 및 여행코스 변경 가능.
◇문의
일본관광진흥회 서울사무소 (02)732-7525
쇼토시마(일본)= 글ㆍ사진 문성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