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부러진 뼈를 고정하는 금속이 몸속에서 자연스럽게 녹는다면 골절 환자는 더 이상 2차 수술을 받을 필요가 없어진다. 위성항법 정보를 ㎝급 오차 내로 사용할 수 있다면 사고 걱정 없이 무인자동차가 달리는 세상은 한 걸음 더 가까이 오게 된다. 영어부터 독일어·프랑스어·스페인어·러시아까지 자유자재로 통역해주는 기술이 생긴다면 해외여행을 가서도 우왕좌왕할 필요가 없게 된다.
이들은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바로 우리나라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올해 또는 올해부터 만들어낼 연구성과다. 서울경제신문이 21일 국내 25개 출연연 통합 지원기관인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 의뢰해 각 출연연별 올해 유망 연구성과를 조사한 결과 10개가 선정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몸속에 녹아 뼈 골절을 복원하는 금속 상용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세슘원자분수시계 개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지니톡 스페인어·러시아어·독어·프랑스어 자동통역 등이 선정됐다.
이외에 △재료연구소의 50㎝ 폭 탄소막 코팅용 장비 및 공정기술 개발 △한국전기연구원의 국내 최초 전기선박 육상시험소 준공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초고자장 7.0T MRI 도입 △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한중 백두산 화산 공동연구 본격 진행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초정밀 위성항법장치(GPS) 보정시스템 등도 유망 연구성과로 꼽혔다.
이들 연구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석현광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구원이 지휘하는 체내에서 분해되는 생체금속 연구의 경우 연내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진단된다. 석 연구원은 지난 2013년 마그네슘에 칼슘과 아연을 결합해 분해속도가 느리면서도 인체에 안전한 합금을 개발한 바 있다. 현재 임상시험 중인데 결과가 상당히 좋다는 후문이다.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골절 환자가 뼈를 붙이기 위해 몸속에 넣은 금속물을 제거하기 위해 굳이 수술을 한 번 더 할 필요가 없게 된다.
항우연이 올해 초부터 시작한 GPS 오차 보정시스템 개발 사업도 기대되는 연구 분야다. 항우연은 지난해 관련 연구예산을 확보해 12월부터 위성항법보정시스템(SBAS)사업단을 신설해 연구를 시작했다. 현재 한국이 사용하는 GPS 오차는 17~37m로 국제민간항공기구 표준인 1m 수준과 차이가 크다. 현 수준은 선박 운항정보로는 큰 문제가 없지만 정밀함을 요구하는 항공정보로는 부적합하다. 게다가 앞으로 있을 스마트차 시대를 감안하면 오차는 1m보다도 더 적어야 하기 때문에 관련 연구는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미국과 유럽은 이미 관련 기술을 보유한 상태다.
5,000만년에 1초밖에 틀리지 않는 표준연의 세슘원자분수시계도 올해 성과가 기대되는 주요 연구다. 원자분수시계는 냉각된 원자의 궤적을 활용한 시계로 특히 GPS 항법에 필수요소로 꼽힌다. GPS는 미국에서 운영하는 위성항법시스템이기 때문에 만약 여기에만 의존할 경우 잘못하면 우리나라의 국방무기체계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시간표준 분야는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를 7번이나 배출한 첨단 과학 분야이기도 하다.
전자통신연구원이 개발 중인 자동통역기술 애플리케이션 '지니톡'의 진화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지니톡은 구글 번역기보다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는 기술로 현재 영어·일본어·중국어 등을 한국어와 양방향 통역할 수 있다. 올해부터는 스페인어·러시아어·독일어·프랑스어까지 자동 통역될 수 있는 연구에 시동을 건다. 지니톡 하나로 지구촌 대부분을 다닐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올해부터 본격 진행되는 한중 백두산 화산 공동연구 결과도 이목을 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윤수 박사를 대표로 한 백두산 화산마그마연구그룹은 지진, 가스, 지표 변위 등 기존 화산징후 관측 위주의 연구에서 벗어나 화산 분화를 일으키는 마그마 가까이까지 심부 과학시추공을 뚫을 예정이다. 백두산은 세계에서 가장 위협적인 활화산 중 하나로 백두산이 앞으로 언제 어떤 규모로 터질지 정확히 예측하는 일은 우리나라는 물론 동북아시아 지역 전체에 매우 중요하다. 특히 2002년에는 백두산 천지 하부에 화산지진이 횟수가 현격히 증가해 한 달에 최대 250여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재료연의 연비저감형 탄소막 트라이볼러지 코팅기술 개발도 주목할 연구성과다. 이는 저마찰 탄소막 코팅을 통해 내연기관 내 마찰로 낭비되는 에너지를 절약하는 기술이다. 기술 국산화를 통해 수입대체를 할 수 있음은 물론 국내 표면처리 장비업체가 자동차 분야 신사업을 만들어내는 데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재료연은 올해부터 오는 2017년까지 50㎝ 폭 탄소막 코팅용 장비와 공정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