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관행 새바람 분다
삼성과 LG, 한화 등 주요 대기업들이 처음으로 계열사 사장과 임원을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각사별로 선임하기로 해 재계에 새로운 인사관행이 정착될 전망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13일 "관련법에 규정된대로 주총 의결을 거쳐 등기이사를 선임한 뒤 곧바로 이사회를 열어 대표이사를 뽑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 사장단 인사도 그룹차원에서 일괄 발표하던 종전의 관행과는 달리 올해에는 계열사별로 주총날 발표된다. 삼성은 계열사 정기주총을 3월 5~9일 열 계획이며 여기서 선임된 대표이사가 1주일쯤뒤에 임원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삼성 관계자는 "사장단 인사가 늦어지면서 올해 경영계획을 확정하지 못하는 등 내부적으로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요구에 부응하고 투명 경영 시스템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사장단 인사를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LG도 오는 3월 9일 주총을 열 계획인 LG전자를 비롯해 3월 중순 계열사별로 열리는 주총에 맞춰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LG 관계자는 '각 사 중심 경영과 주주와 경영실적을 중시하는 경영방침에 따라 주총에 맞춰 임원인사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화도 3월 중순께 열리는 주총에 맞춰 임원인사를 단행하기로 했다. 한화 관계자는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윤곽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주주의 의견과 지난해 경영실적에 따라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대기업 그룹들은 주총 이전인 연말이나 연초에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고 이어 임원인사를 해왔으나 삼성과 LG, 한화 등이 이같은 인사방침을 정함에 따라 다른 대기업에도 영향을 미쳐 그동안 총수가 일방적으로 단행하던 사장단 인사관행이 바뀌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등 주요 대기업들의 이번 결정으로 주총을 통해 사장을 선임하는 관행이 정착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주주의 의견을 존중하는 이 제도가 정착되면 인사에 따른 잡음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상법에는 대표이사의 경우 주총에서 선임된 이사들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뽑도록 돼있으며 다만 정관에 특별규정이 있을 때는 주총에서 직접 뽑을 수 있게 돼있다.
고진갑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