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아하! 이래서 야수파라는구나

내가 본 ‘마티스와 불멸의 색채화가들’展 가수·화가 조영남<br>“노랑은 노랑대로, 빨강은 빨강대로 화려한 색채의 혁명<BR>야수파는 모든 미술의 시작…현대미술 가지치기의 뿌리<BR>세상천지 하나뿐인 그림, 만원으로 느끼는 올해의 행복”


아하! 이래서 야수파라는구나 내가 본 ‘마티스와 불멸의 색채화가들’展 가수·화가 조영남“노랑은 노랑대로, 빨강은 빨강대로 화려한 색채의 혁명야수파는 모든 미술의 시작…현대미술 가지치기의 뿌리세상천지 하나뿐인 그림, 만원으로 느끼는 올해의 행복” 관련기사 • '마티스와 불멸의 색채화가들' 공식 사이트 • “교과서속 그림 직접와서 보니 너무 신기해요” 지금 정동 시립미술관 근처에 가면 ‘마티스와 불멸의 색채화가들 그리고 포브스’라고 쓰여진 현수막이 가로수 낙엽과 함께 엉켜 나부낀다. 마티스라는 낯익은 이름 때문에 미술전시회가 열린다는 건 대충 짐작할 수 있으나 색채화가들과 포브스라는 낱말에는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할 수 밖에 없다. ‘아니 화가치고 색채화가 아닌 화가가 있던가? 거기다가 포브스는 뭐고 야수파는 또 뭐지?’ 이렇게 된다는 얘기다. 나는 주최측의 특별 배려로 미리 한번 쭉 둘러봤다. 일단 와서 보면 알 수 있다. 우선 말로만 듣던 마티스의 진품 그림(아! 서글프게도 우리는 이중섭, 박수근의 가짜 열풍 때문에 어느새 진품과 짝퉁을 가려야 하는 안목으로 변했다)과 블라맹크를 비롯한 동시대를 산 마티스 친구들의 그림이 빼곡하게 들어찼는데, 정녕 색채가 노랑은 노랑대로, 빨강ㆍ파랑은 빨강ㆍ파랑대로 너무도 화려하고 노골적이라서 ‘아하! 저래서 색채화가라는 칭호가 붙게 되었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색채화가’라는 칭호는 그렇다 치고 ‘포브스 포비즘 야수파’ 이건 또 무엇인가. 그것도 그림을 가까이 가서 직접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언뜻 보면 석고데생 같은 기본도 없이 아무렇게나 ‘막가파’식으로 그린 그림처럼 보이기 ??문에 아예 들짐승들이 붓을 입에 물고 색칠하며 그려댄 것 같다고 해서 아예 야수파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무릇 예술분야에는 창조성이 단연 최고의 덕목으로 꼽힌다. 창조성은 한 마디로 새 것을 의미하고 새 것은 개혁에서 나온다. 따라서 예술가들한테는 남이 한 것을 그대로 따라 할 수만은 없다는 강박관념이 늘 따라붙게 마련이다. 이번 서울에 온 마티스와 그의 그림 친구들은 자기들보다 먼저 명성을 떨친 반 고흐나 고갱, 르느와르, 마네, 모네 등 소위 인상파들의 그림을 시종 뒤따라 흉내내고 싶질 않았다. 물론 고흐나 르느와르 같은 인상파도 선배들의 사실주의 그림기법에 비하면 더할 수 없는 야수파적이다. 그러나 마티스와 그의 친구들은 기존 인상파들의 개혁적인 그림에도 성이 차질 않았다. 자기네들 보기에 인상파의 그림은 너무나 안이하고 몽롱하고 두리뭉실해 보였다. 쓱! 첫 인상만 만족시키고 마는 듯 했다. 그래서 그들은 원근법이고 뭐고 없다. 어린아이처럼 생각 나는대로 그렸고 물감을 이것저것 섞어 비벼서 적절한 중간색을 찾아 낼 필요없이 그냥 튜브를 짜서 곧장 칠하고 이렇게 된 것이다. 인상파들이 관객에게 감동을 주고 싶었다면 야수파들은 정 반대로 관객을 놀래게 만들고, 모독하고 싶었다. 미술의 폭을 일거에 넓힌 것이다. 미술은 담배 한 대 피워 물고, 눈을 게슴츠레 뜨고 ‘어허! 그 그림 괜찮은데’하는 안락과 쾌적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그 반대편의 슬픈 공허, 심지어는 공포까지도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서 마티스와 그의 친구들은 스스로 규정해버렸다. 야수파가 미술사조의 전부는 아니지만, 모든 미술의 시작이다. 그 말은 엄청나게 맞는 말이었다. 그들 일군의 야수파들로부터 현대 미술의 온갖 종파가 가지를 치며 뻗어 나갔기 때문이다. 입체파, 표현주의파, 다다파, 상징파, 초현실파, 포스트모던파 등등으로 말이다. 약간의 시차를 두고 일본을 거쳐 우리네 조선땅에도 마티스파의 영향력이 미친다. 오지호, 이인성, 박수근이 한국판 인상파의 효시였다면 이중섭은 자생적으로 마티스와 합류한 셈이었고, 특히 구본웅은 오리지널을 능가하고 방불케하는 한국판 야수파의 명맥을 외롭지만 도도하게 지켜나갔던 것이다. 얼마 전 마크 로드코의 그림 한 점이 무려 230억원에 팔려 나갔다. 마티스의 그림도 시장에 나오면 그런 값을 받는다. 그림 자체의 예술성도 그러려니와 세상천지에 딱 한 점 뿐이라서 값이 한도 끝도 없이 치솟는다. 그토록 비싼 그림들을 만원 내고 실컷 본다는 건 다난했던 2005년의 마지막 행운이다. 그리고 추신 하나. 시립미술관에서 500m도 안 되는 거리의 경향갤러리에서는 마티스의 그림보다 훨씬 처지는 조영남의 그림이 무료 전시되고 있다. 입력시간 : 2005/12/0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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