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퇴직연금을 위한 변명

윤태순 <자산운용협회장>

올해 말부터 우리나라에서도 퇴직연금제도가 실시된다. 이로서 개인연금ㆍ국민연금에 이어 퇴직연금까지 도입된다. 기업연금으로도 불리는 이 제도를 필자는 굳이 퇴직연금으로 부르고 싶다. 이 제도의 주체가 기업이기는 하지만 목적은 분명히 근로자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근로자 단체나 기업주 모두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근로자들의 노후자금이 혹시 증시부양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과거 증시폭락기마다 증시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기업연금제’가 거론되고는 했으니 그 같은 우려를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퇴직연금제 도입으로 고령화 시대, 저금리 시대에 근로자의 노후설계 수단이 보다 다양화하고 어떤 면에서는 더 안정적이 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외국에서 지적할 정도로 우리 사회의 고령화와 저금리는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데 정부나 국민 개개인은 이에 대한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20여년간 저금리가 지속된 미국가정에서는 펀드와 주식ㆍ기업연금 등 80%가까운 가계금융자산을 원금보장이 안되도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상품에 배분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 2003년 말 기준으로 1,031조원의 가계금융자산 중 펀드투자 금액은 4.8%에 불과하고 저축성 상품이 80%에 달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기업의 도산이나 근로자에 대한 구조조정이 상시화하고 있다. 평생직장에서 두둑한 퇴직금과 함께 퇴직하는 분위기는 사라지고 직장 이동은 잦아진데다 경우에 따라 퇴직금을 못 받는 경우도 흔히 발생한다. 또 우리 경제가 저성장 구조로 진입하면서 시작된 저금리 현상은 정년퇴직 후 퇴직금 이자로 생활하는 시대가 다시는 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결국 근로자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퇴직 후 설계에 참여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근로자 개개인이 성공적인 노후설계를 할 수 있도록 투자자 교육을 늘리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것은 기업주와 우리 금융산업의 몫이 될 것이다. 근로자들이 퇴직연금을 증시부양 수단이 아닌 노후부양 수단으로 이해하고 퇴직설계를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면 그 자체로 훌륭한 고령화 사회의 대책이 아닐까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