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직도 스마트폰 안 쓰나" 왕따 취급
[스마트라이프 시대 열린다] 똑똑해지는 일상업무서 쇼핑·연애까지… "스마트폰 없는 세상 상상도 못해요"출근길 교통상황·온라인 교육강좌 한눈에다양한 앱 서비스로 가입자 갈수록 늘어질병진단·감정파악 기능도 상용화 초읽기75%가 "스마트기기 쓰니 삶 편리해졌다"
양철민기자 chopin@sed.co.kr
#2년 전에는 "스마트폰 없이도 잘살 수 있다"고 큰소리 치던 직장인 강상기(32)씨는 이제 스마트폰이 없는 삶을 상상하기 힘들다. 스마트폰을 통해 '카카오톡'에서 지인들과 이야기하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애플리케이션으로 아무 때나 지인들의 소소한 삶을 엿본다. 출근길에는 스마트폰 앱에 내려받은 '네이버 지도'로 교통상황을 알아본 뒤 가장 빠른 길을 택해 집을 나선다. 친구들과의 약속장소는 '마이피플'의 위치정보 서비스로 공유한다. 점심은 위치기반 SNS인 '아임인'이나 '씨온'에서 보내주는 할인쿠폰으로 알뜰하게 해결하고 외근 중 업무는 '유클라우드'에 저장한 문서들을 바탕으로 스마트폰을 통해 처리한다. 스케줄은 '스마트 캘린더'로 관리하고 수면습관은 '잠든 사이'라는 앱으로 체크한다.
#강씨와 달리 휴대폰 약정에 묶여 아직까지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직장인 김강모(31)씨는 일상이 점점 버거워지고 있다. 카카오톡 단체 채팅으로 오가는 지인들의 대화에서 소외되고 QR코드를 활용한 갖가지 이벤트에도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외근 중 회사에서 업무처리 지시가 오면 인터넷이 가능한 PC방을 찾아 헤매기 일쑤고 지인이 싸이월드에 써놓은 글에 실시간 댓글을 남기기도 어렵다. 낯선 곳에 갔다 길을 잃으면 주위사람에게 길을 묻거나 다산콜센터를 이용하고 남들은 거의 쓰지 않는 114서비스도 종종 이용하곤 한다. 김씨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왜 아직도 스마트폰을 쓰지 않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며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편함을 넘어 일상적인 대화나 업무추진에도 어려움을 겪는 시대가 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제 스마트 기기 없이는 공부ㆍ대화ㆍ업무, 심지어 연애마저 쉽지 않다. 이를 반영하듯 스마트 기기 이용자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의 37%가량이 최근 6개월 내 가입한 신규 이용자일 정도로 스마트라이프에 동참하는 이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방통위는 올 상반기 중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 수가 3,0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특히 스마트 기기의 진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올해가 진정한 스마트라이프 시대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스마트라이프 시대 개막에 따른 삶의 변화상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올해 설 연휴기간 고속도로를 이용한 차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었지만 구간별 최대 소요시간은 오히려 줄었다. 도로공사 측은 '티맵'이나 '올레내비' '고속도로 교통정보' 등 스마트폰 전용 앱 이용량이 증가한 덕분으로 보고 있다. 실제 도로공사가 내놓은 고속도로 교통정보 앱의 경우 누적 다운로드 수가 512만건을 기록했으며 설 연휴기간 하루 평균 270만건의 접속횟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고향이 창원인 직장인 서정수(30)씨는 "이전 설과 달리 올해는 스마트폰을 이용해서인지 이전보다 2시간가량 단축된 것 같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통해 출발시간과 상경 경로 등을 적절히 예측한 덕분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스마트라이프에 동참하는 이가 늘면서 설 연휴기간 서울~대전 운행시간은 지난해보다 105분 줄어든 3시간이 소요됐으며 서울과 부산의 경우 전년보다 2시간 이상 줄어든 6시간50분이 걸린 것으로 집계됐다.
스마트라이프의 모습도 다양하게 진전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 결과 우리나라 사람들은 스마트 기기를 통해 음악(24.5%), 게임(20.5%), 동영상(18.2%), 온라인 교육강좌(9.4%) 순으로 이용이 잦았다. 특히 10대와 20대의 스마트 기기 콘텐츠 활용률이 높았다. 스마트 기기 이용자들은 지난해 기준으로 월평균 1만2,890원을 결제했으며 지난 2010년에 비해 금액도 30%가량 증가하는 등 스마트 기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스마트라이프를 경험하는 이들의 만족도도 높다. 방통위에 따르면 스마트 기기를 사용해 전반적인 삶이 편리해졌다고 답한 비율이 4명중 3명꼴이며 정보공유가 늘었다는 답변도 70%에 달한다.
무엇보다 스마트 기기가 앞으로 가져다줄 미래는 지금보다 더 스마트한 세상이다. KAIST 교수진은 얼마 전 스마트 기기를 통해 의사처럼 이용자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기능을 개발했으며 이를 곧 상용화할 예정이다. 스마트폰으로 자동차 시동을 거는 것 또한 현실로 다가왔고 이용자의 감정까지 파악하는 스마트폰도 조만간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의 전국망 구축 등으로 한층 풍요로운 스마트라이프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학 방통위 통신정책기획과장은 "스마트폰 3,000만대 시대를 맞아 스마트 기기가 이제 우리 국민들의 삶에 뿌리를 내렸다고 봐야 한다"며 "스마트 기기를 빼놓고서는 갖가지 경제현상 등을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이제는 삶 전체가 돼가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