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금융권 부동산시장 하강 움직임에 비상

주택규제 완화로 하반기 가계대출 급증했는데…

10월까지 작년比 3배 이상 늘어 부동산 침체땐 부실화 가능성

2금융권 신용대출 증가도 문제… 당국 대출억제 정책 검토 착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70%를 초과하는 대출에 대해 내부적으로 특별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숫자를 계속 줄여나가고 있지만 내년에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 단순한 문제가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A시중은행 여신 부행장)

올 하반기 들어 급속하게 늘어난 가계대출이 부동산 시장의 재침체 양상과 맞물려 내년에 부실화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금융권이 여신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부동산 규제완화의 약발이 단기에 그칠 경우 한꺼번에 늘어난 가계대출이 되레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절반가량은 생계형으로 전용되고 있고 상호금융권에서는 담보 여력이 달리는 비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나고 있어 부동산 시장 하강과 금리상승이 겹치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 또한 가계대출 증가가 불러올 파장을 예의 주시하며 대출억제 정책 검토에 착수했다.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가계대출은 지난 10월 중에만 6조4,000억원(유동환 잔액 포함 시 7조2,000억원)이 증가해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10월까지 가계대출 증가액은 총 27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조4,000억원)에 비해 3배가 넘게 늘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6월 3조1,000억원, 7월 2조7,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나던 것이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 직후인 8월 5조1,000억원 급증한 것을 시작으로 9월 4조2,000억원, 10월 5조5,000억원 등 큰 폭으로 확대됐다.


주택담보대출이 통상 아파트 거래에 2개월가량 후행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달 가계대출 증가분은 다시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10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1만900건으로 2008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통상 주택거래 잔금 납부 시점에 주담대가 발생하기 때문에 12월에도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일시적 호재를 등에 업고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으나 내년 초부터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이 밝지 못하다는 것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아파트 거래량 월별 증감률(전년 동월 대비)은 7월에 94%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8월 63.1%, 9월 51.9%, 10월 20.4% 등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규제완화로 거래량이 한 번에 급속히 늘어나기는 했으나 추세적으로 거래 활성화가 뒷받침되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국회에서는 부동산 규제완화 관련 법들도 통과되지 못하고 있어 부양책 약발이 떨어질 경우 내년 초 시장이 다시 급랭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형은행의 한 여신 부행장은 "가계대출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부분이 경기가 좋아진 효과가 아니라는 점이 문제로 보인다"며 "예전에는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면서 가계대출 증가를 상쇄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B은행의 여신 부행장 또한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개인사업자대출 등이 모두 생계형으로 전용되는 부분이 위험해 보인다"며 "내년에 시장이 급랭하고 경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충격이 클 수밖에 없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규제완화로 주담대 시장을 잃어버린 상호금융권이 임야나 나대지 등 비주택담보대출이나 개인신용대출로 여신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은행들이 주로 취급하는 주담대의 경우 아파트 경락가율이 80% 수준이라 대출에 부실이 생겨도 회수가 가능하지만 담보 여력이 떨어지는 상호금융권 가계대출의 경우 경기악화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은 은행대로 상호금융권에서 신용도에 문제가 있는 대출수요가 넘어와 고민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에 따라 최근 상호금융권에 가계대출을 특별 관리하라는 행정지도를 실시한 데 이어 LTV,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를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DTI의 경우 부채의 인정 범위에 세금이나 과태료 등을 포함해 대출한도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전 금융권에서 70%로 확대한 LTV는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규제완화가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은행 실무자들과 함께 부실대출을 억제할 개선책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