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분야·품질·가격 안가리고 외제태풍

호화사치품 위주벗고 가정등 실생활제품 급증올들어 불고 있는 '수입품 돌풍'은 그 유형이 예전과는 크게 다르다. 그동안에도 골프채 등 사치성 소비재 시장에서는 수입품이 '주인 노릇'을 해 왔지만, 최근에는 가전ㆍ자동차ㆍ유류 등 실생활과 관련있는 제품들로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또 그동안 일본ㆍ미국 등 선진국 제품이 수입제품의 주류를 이루었으나, 최근엔 중국산 저가품이 봇물을 이루며 국내 시장의 저변을 뒤흔들고 있다. ◇수입품 돌풍 전방위 확산 수입품의 점유율 증가가 가장 뚜렷한 분야가 가전시장이다. 지난 2000년 7월 수입선다변화 제도 폐지 이후 일본 가전업체들의 국내 시장 공략이 계속되면서 이제는 거의 '침탈'수준에 도달했다. 소니ㆍJVCㆍ샤프 등 일본 업체들은 지난해 1조원을 훌쩍 넘는 매출로 국내 가전시장의 20% 이상을 차지했다. 일본 업체들의 마케팅 전략도 더욱 공격적으로 전환되고 있다. 최신기술을 적용한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는가 하면 애프터서비스를 크게 강화하고 있다. JVC코리아와 샤프가 초소형 노트북 '에어웍스'와 '플라즈마 클러스터 공기청정기'를 12월부터 선보이며, 히타치는 면도기 시장 공략에 들어간다. 소니코리아가 지난달 8일 코엑스에서 '소니드림월드' 행사를 갖고, 미래제품들을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 파나소닉은 아예 국내 소비자 구미에 맞춰 양말 등 가벼운 의류제품을 빨래하는 소형 세탁기를 내놓았다. 최근에는 중국이 '초저가 전략'으로 국내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토스터는 85%가 중국 제품으로 들어찼다. 에어컨ㆍDVD 등은 하이얼ㆍTCLㆍ콩카 등 가전업체들이 앞다퉈 한국 시장으로 몰려오면서 중국산 DVD는 1년새 매출이 5배나 늘었다. 수입 자동차도 시장점유율 확대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렉서스 등 일본차는 올들어 342%나 증가하는 등 9월까지 1만3,482대(전체의 1.1%)가 등록돼 처음으로 시장점유율 1%를 넘어섰다. 연말까진 1.2%에 다다르고, 가격기준으로는 5%를 넘어설 전망이다. 유류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입품 시장점유율이 4~5% 수준에 머물렀으나, 올들어 급격히 시장을 확대하면서 연내 10%선을 넘어설 전망이다. 화장품은 해외 명품 선호 현상이 극명하다. 3ㆍ4분기까지 4억달러 이상이 수입돼 지난해 전체 수입액(4억3,000만달러)에 육박했다. 연말에는 5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소비시장 왜곡 성장잠재력 약화로 어느정도의 수입은 통상마찰을 줄인다는 긍정적 측면을 지닌다. 그러나 현 상황은 극히 우려할만 하다. 소비재시장의 적정 수입범위를 최대 15%로 잡는다면, 일부 제품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캠코더는 수입품이 40%를 점유중이고, 일본 제품의 독무대가 됐다. 올들어 7월말까지 캠코더 수입은 전년동기보다 93%나 증가한 1억3,600만달러에 달했는데, 이중 87%가 일본 제품이다. 외산 담배는 98년 점유율 4.8%에서 지난해말에는 15.7%까지 급등했고, 연내 20%를 넘길 전망이다. 던힐은 단일품목 기준으로 지난 7월 13.8%를 차지해 국내 판매순위 3위를 기록했다. 1회용인 알칼리망간건전지는 연간 3억개(550억원) 시장중 외국산이 45%에 이른다. 특히 유류시장에서는 수입품의 시장점유율 확대도 문제지만, 이들의 덤핑공세로 국내 정유업체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상태가 계속 이어지면, 국내업체들의 부실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점은 무역역조다. 대일 무역적자는 9월말 이미 100억달러를 넘었으며, 연말엔 130억달러를 넘어 6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또 수입품이 국내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산업생산을 위해 필요한 원유 등 원자재 수입은 2.8%가 감소한 점은 경기 부진을 장기화하고 성장잠재력을 갉아먹는 '독소'가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김석중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경제조사본부장)는 "경상수지에 경고등이 켜진 마당에 수입품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심각한 위협"이라며 "중국 제품 등 저가품의 범람까지 감안하면 자칫 산업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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