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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전이 대중소설이라면 구운몽은 양반소설"

설성경 교수, 6일 동대문도서관서 '구운몽' 강의


“구운몽은 ‘부귀공명은 일장춘몽’이라는 단편적인 주제에 그치는 작품이 아니라 유교ㆍ도교ㆍ불교ㆍ주역 등 동양 사상이 응축된 철학성이 짙은 조선 최고의 소설입니다. 홍길동전이 대중을 위한 영웅 소설이었다면 구운몽은 진실과 깨달음 등 철학적 메시지가 담긴 식자(識者)들을 위한 지성소설이지요.”

설성경 연세대 명예교수(사진)가 6일 서울시교육청 동대문도서관에서 열린 ‘한국고전의 비밀스런 탐독’마지막 강의에서 ‘사대부의 꿈과 욕망-구운몽’의 핵심을 이같이 말했다.


강의는 구운몽의 작품 해석과 유복자로 태어나 유배생활로 삶을 마감했던 작가 김만중의 고단했던 삶을 곁들여 풀어나갔다.

“김만중은 조선시대의 문장에 대한 확고한 견해였던‘문이재도(文以載道:문학이 유학의 도에 합당해야만 가치가 있다)’를 탈피하지 않으면서도 문학의 개념을 소설양식에까지 넓히고 도가적 개념을 융통성있게 적용했지요. 특히 김만중은 송강 정철의 가사(歌詞)에 영향을 받아 소설의 자양분으로 삼기도 했습니다.”


그의 강의는 통속을 넘어 철학의 단계에 이르는 구운몽의 작품에 대한 해석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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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은 불교적 색채가 짙은 작품으로 참선의 체험을 주축으로 한 독특한 이중적인 짜임새를 갖고 있습니다. 한 축은 승려 성진이 여덟 선녀와의 하룻밤 일탈을 통해 그동안 쌓았던 수련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위기를 맞지만 궁극적으로는 큰 깨우침에 이른다는 주제로 이끌어가고 있다. 또 다른 축은 미모의 처첩을 거느리고 인간 속세의 부귀와 공명을 얻었던 양소유라는 사대부가 죽음의 공포 앞에선 나약한 인간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고 결국 자신의 꿈과 욕망을 버리고 종교에 귀의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설 교수는 구운몽의 문학적 가치는 이미 조선시대에 인정받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14세에 진사 초시에 합격하고 암행어사, 대사헌, 부제학, 도승지에 이어 지금의 장관급인 대제학까지 지냈던 조선 최고의 지성 김만중이 쓴 구운몽은 격조 높은 사상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통속소설의 감동이 빠지지 않는 독창적인 작품이다. 사료에 따르면 영조와 정조 등 조선의 왕들이 탐독했던 소설로 이른바 양반들이 읽었던 조선 최고의 문학작품입니다.”

이날 설 교수는 구운몽의 근간으로 불교경전 중에서도 으뜸인‘금강반야바라밀다심경’의 고서를 펼쳐 보이며 불교의 윤회사상이 작품에 어떻게 스며들어있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고전 인문학 강좌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한국 고전의 비밀스런 탐독’은 ‘판소리의 이론과 실제’(12월17일)로 강좌를 마무리 할 예정이다. 채수정 채수정판소리연구소 소장이 한국 고전이 판소리와 어떻게 문학적 교감이 이루어지고 상호 소통을 했는지에 대한 이론적인 배경을 설명하고 판소리 한 자락을 시민들과 함께 배워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22개 서울시교육청 도서관에서 열리는 이번 고인돌 강좌는 한국고전을 깊이있게 소개하는 ‘한국고전의 비밀스런 탐독’외에도 한국건축, 고지도, 철학, 서양고전 등을 주제로 한 풍성한 인문학 강좌가 내년 2월까지 계속된다. 강의신청은 무료이며,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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