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지난 7월10일 국무회의에서 주택 취득세 인하를 둘러싼 국토교통부와 안전행정부 간의 이견을 지적하며 "이런 문제에 대해 경제부총리께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서 주무 부처들과 협의해 개선 대책을 수립하고 보고해주기 바란다"고 지적한 바 있다.
◇'투아웃 현오석' 등 내각 기강 잡기용 발언=박 대통령은 인도·스위스 순방에서 돌아온 뒤 첫 메시지로 공직자들의 발언을 문제 삼은 것은 집권 2년 차를 시작하면서 내각에 대한 기강 잡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제시하는 등 집권 2년 차부터 본격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새해 초반부터 카드사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건과 조류 인플루엔자(AI) 사태의 확산에 대한 정부 책임론이 일어나자 직접 내각 기강 잡기에 나선 것이다. 특히 현 부총리의 "어리석은 사람이 무슨 일 터지면 책임을 따진다" "우리가 다 정보제공에 동의해줬지 않느냐"는 발언이 성난 민심에 불을 붙이는 악영향을 미치자 현 부총리를 포함한 공직사회 전반에 경고성의 옐로카드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를 향한 민심의 '바로미터' 역할을 할 설 연휴를 앞두고 여론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민심을 달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질 때는 개각폭 커질 듯=박 대통령이 강한 어조의 경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책임을 묻는 조건을 '재발시'라고 규정한 것으로 봤을 때 당장 카드 사태를 둘러싼 문책성 개각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태로 인해 정부를 향한 비판이 거세졌지만 새로운 '박근혜 경제팀'의 수장을 앉힐 경우 거쳐야 할 인사 검증과 인사청문회 등의 관문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은 집권 첫해에도 고위 공직자의 잇단 낙마로 인해 상당 기간 동안 정부 안착에 어려움을 겪었다.
현 부총리를 교체할 경우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추진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구체적인 계획은 단순히 3년간의 계획을 짜는 것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체질과 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꾸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찾아서 그것을 실천하도록 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현 부총리의 경질론에 선을 그음에 따라 당장 정치권에서 들끓었던 문책 요구는 어느 정도 사그라질 것으로 보인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24일 "현 부총리,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반드시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등 여권 내부에서도 그동안 경제팀 책임론이 제기돼왔다.
다만 현 부총리에 대한 비판이 다시 한 번 나오는 등 '스리아웃' 상태가 되면 개각폭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 부총리를 비롯한 신 위원장, 최 원장과 3월 말 임기가 만료되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등 경제팀 전체와 더불어 AI 사태로 비판 받고 있는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 일부 장관들까지 교체 대상에 놓일 수 있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일 전 90일인 3월6일 전까지 사퇴하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선도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