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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개헌 주장은 의회 권력 강화의 '화룡점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 4년 중임제, 의원내각제, 분권형 대통령제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지만 어떤 방향으로 권력구조가 개편되더라도 지금보다 의회에 힘이 더 쏠릴 수밖에 없어서다.
현행 5년 단임의 대통령 중심제는 권력의 대부분이 대통령에게 쏠려 있다. 흔히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불릴 정도다. 대통령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되다 보니 전직 대통령 주변에는 무수한 측근의 비리가 발생했음에도 권력을 견제하기 쉽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소통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김기춘 비서실장과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린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에 대한 교체 요구가 컸음에도 절대 권력인 대통령에게 제대로 쓴소리조차 할 수 없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직선제로 선출된 대통령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지금의 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할 수 없다는 지적에 따라 정치권의 헌법 개정 논의는 확대되고 있다. 대통령의 권한을 의회가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권력 분산을 중심으로 한 개헌 논의는 과거에도 수차례 이어졌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지난 1997년 대선을 앞두고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이 성사되며 내각제 개헌이 대두됐다가 대선 이후 사라졌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임기 말 2007년 4년 중임제 개헌을 제시했으나 차기 대권주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10년 개헌론을 꺼냈지만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실패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지난해부터 개헌론이 확산됐다. 전국단위의 선거가 없는 올해야말로 현행 권력구조에 메스●를 가할 수 있는 골든타임으로 보고 논의가 커진 것이다.
개헌의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는 4년 중임제와 의원내각제가 꼽힌다. 최근에는 이를 절충해 단점을 보완한 이원집정부제도 각광 받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지금처럼 대통령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형태에 비해 의회의 권한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중임제의 경우 대통령은 집권당의 지지가 필수적이라 지금보다 여당과 공조를 강화해야 하고 힘의 균형추는 지금보다 여당에 쏠리게 된다. 야당 역시 대통령을 견제하며 국회 내에서 목소리가 커질 것이 확실하다.
의원내각제와 이원집정부제는 대통령의 권력이 의회로 분산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의회가 권력구조의 핵심이 된다.
문제는 의회가 권력구조의 핵심이 될 수 있을 만큼 국회의원들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느냐의 문제다.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은 한 개헌 토론회에 나와 "국회의원들의 개헌 주장은 국민 입장에서는 생선가게 앞에 고양이를 놓는 격"이라며 "개헌을 하려면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하지만 그 일을 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부처의 한 과장은 "건전한 상식과 생각을 가진 분들이 국회의원으로 뽑혀서 일을 해야 하는데 그게 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의회로의 권력집중이 지나친 중앙권력 강화라는 비판도 있다. 보완을 위해 지방분권형 개헌이 거론되는 이유다.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는 최근 "한국 정치에서 민생과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 이유는 정치권력이 중앙정부에 집중된 비정상적 구조"라며 지방분권형 개헌을 주장했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역시 지난달 개헌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경우 헌법에 지방자치 및 지방분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각론으로 들어갈 경우 각각의 의견이 다르지만 개헌에는 여야 할 것 없이 상당수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국회 내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은 19대 국회 정족수의 절반에 육박하는 148명이나 된다. 여당에서는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적인 개헌론자다. 이명박 정부 시절 특임장관으로 개헌을 추진한 그는 틈만 나면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개헌보다 경제살리기가 우선이라며 '개헌 블랙홀'을 주장한 청와대에도 개헌과 경제살리기는 별개 문제라고 주장한다. 야권에서는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개헌을 적극적으로 주장한다. 그는 여당을 향해 개헌특위 구성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고 지난달에는 개헌 모델로 떠오른 이원집정부제를 시행하는 오스트리아를 방문하기도 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취임 후 기자간담회에서 "경제살리기 때문에 개헌의 'ㄱ'자도 꺼내지 말라는 주장은 다 문제가 있다. 개헌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과 논의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해 야당의 요구와 함께 개헌 논의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