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의회가 29일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대안을 승인하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확대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은 일단 한풀 꺾였다. 유로존 제1의 경제 대국이면서도 그동안 확대안에 가장 부정적이었던 독일이 찬성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꿈에 따라 전체 유로존 회원국이 확대안을 승인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독일 의회의 EFSF 가결 소식이 전해지자 독일ㆍ프랑스ㆍ이탈리아ㆍ스페인ㆍ벨기에 등 유럽의 주요 증시는 일제히 크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 역시 전일 대비 상승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전 회원국의 승인으로 EFSF 확대안이 시행된다 하더라도 유로존의 불씨가 완전히 잡히는 것은 아니다. 그리스 2차 구제금융 지원조건을 놓고 민간 채권자들이 반발하고 회원국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유로존이 가야 할 길은 여전히 첩첩산중이라 할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 1,090억유로 규모의 그리스 2차 구제금융 지원조건을 두고 유로존 회원국 가운데 7개국이 민간 채권자들의 상각분담 규모 확대를 지원 전제조건으로 내걸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유로존 내 고위당국자 말을 인용해 "독일과 네덜란드 등은 민간 부담 확대를 강하게 요구하는 반면 프랑스와 유럽중앙은행(ECB)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7월에 유로존 정상들이 모여 그리스에 대한 1,090억유로 지원과 그에 따른 민간투자자 분담조건 등을 정했지만 당시보다 그리스에 대한 지원자금 규모가 크게 늘어난 만큼 상각 규모 역시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독일과 네덜란드가 이 같은 민간 부담 확대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반면 프랑스와 ECB는 이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특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리스 실사단의 실사 결과를 엄격하게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강조하는 등 그리스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원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 등은 채무협상을 다시 할 경우 그리스 등 유로존 내 부실 우려가 다시금 부각돼 유럽 은행들의 주가가 재차 폭락, 시장불안을 키울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민간 채권자들의 반발 역시 거세다. 민간 채권단의 대표 격인 찰스 달라라 국제금융협회장은 "재협상은 비생산적이며 그동안 추진해온 궤도에서 벗어나선 안 된다"며 부담 확대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요제프 아커만 도이체방크 최고경영자(CEO) 역시 "판도라의 상자를 다시 연다면 시간만 낭비하게 될 것"이라며 "채권자들이 재협상에 참여할지도 미지수"라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