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신발업계 돌풍 기대 「귀족」 부도 원인·파장

◎복마전식 조합운영… 끝내 좌초/판매점협,조합횡포 반발 결제 거부/외상매출만 40여억… 간부들 퇴진땐 정상화 가능성 커/광고비 과다지출등 자금경색 자초제화시장에 중기제품 회오리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한국신발공업협동조합(이사장 강휘복)의 「귀족」이 내홍과 판매부진이라는 이중고를 이겨내지 못하고 끝내 부도를 내고 말았다. 이와관련, 신발조합은 기업은행 창신동지점에 돌아온 4억9천만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 지난 3일 최종 부도처리됐다. 이로써 금강제화, 에스콰이아, 엘칸토등 유명제화업체에 납품하던 중소 구두제조업체들이 유명브랜드와 똑같은 품질의 구두를 「거품」을 뺀 가격으로 저렴하게 공급, 알뜰 구매층을 확보하겠다던 당초의 계획은 결국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한동안 「잘 나가는」브랜드로 인식돼온 귀족이 창졸간에 부도라는 장애물을 만난 것은 일단 복마전식 조합운영에 따른 불협화음때문이라는 것이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신발조합의 이번 부도는 1백10여개의 전문판매대리점으로 구성된 전문판매점협의회가 조합 횡포에 반발, 자금결제를 거절하는등 극약대응을 하면서 발생했다. 판매대리점들은 그동안 귀족 제품이 광고와 달리 금강제화, 에스콰이아, 엘칸토등 제화3사 제품에 비해 품질 및 디자인이 떨어지면서 판매가 정체를 보이자 불만을 표시해 왔다. 특히 광고에는 제화3사에 납품하던 회사가 뭉쳐 제품을 만든다고 했으나 대부분의 회사가 일반 재래시장을 주요 판매처로 하는데 그치는등 품질에 대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와 함께 구두는 패션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신상품이 아닌 재고품과 잘 팔리지 않는 특수규격의 제품을 대량 공급하는등 조합의 제품관리 능력에 구멍이 뚫린 것도 판매대리점들의 주요 불만사항중 하나였다. 설상가상으로 신발조합에 제품을 납품하는 41개 구두 제조업체의 경우도 그동안 납품대금의 50%를 3개월 이상 어음으로 결제받는등 판매대금 회수지연으로 인해 불만을 표출해 왔다. ○…신발조합이 손 써볼 틈도 없이 급작스럽게 부도를 내게 되기까지에는 조합 수뇌부의 부조리 또한 한 몫했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지적이다. 신발조합의 창립멤버인 박영현 전본부장의 경우 귀족등 5개 공동브랜드를 개인적으로 소유, 빈축을 샀다. 조합측은 자본금이 2억여원에 불과한데도 납품 회원사에 대한 현금결제 비중을 70%로 유지하겠다는 당초 약속과는 달리 어음을 남발했왔다.<본보 7월 16일자 참조> 특히 광고비를 절감한다는 공동브랜드 취지와 달리 신문과 TV등에 터무니없이 많은 광고비를 지출, 자금경색을 스스로 자초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그동안 월권을 행사하던 박본부장은 귀족 브랜드의 개인유용 파문이후 사표를 내고 물러났으나 강휘복 이사장, 김용범 전무,변종호 기획실장 등이 불합리한 조합운영을 개선하기보다는 전횡을 지속해 대리점과 판매점의 불만을 가중시켰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귀족 브랜드의 부도와 관련, 중소기업청은 신발조합 이사장과 일부 간부들의 퇴진이 이루어질 경우 대금송금을 재개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조만간 신발조합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기업은행 창신동 지점 담당차장도 『귀족 재고물량이 70억원에 달하고 외상매출만 40억여원에 이르러 회생 가능성이 있다』며 『한달이내 부도어음을 회수하면 당좌거래를 정상화시킬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기업은행에 앞으로 돌아올 어음이 50억∼60억여원에 달하고 이달 말일로 예정된 농협 거래어음도 상당할 것으로 보여 귀족 회생여부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다만 전문판매점들이 이사장, 전무, 기획실장등 조합 경영진이 퇴진하면 자금결제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문제해결의 실마리는 남아있는 상태다. ○…통상산업부는 중소기업의 대표적 공동브랜드로 커 나가던 귀족이 부도를 맞자 긴급히 사태파악에 나서는등 부산한 모습을 보였다. 통산부는 그동안 박재윤장관이 판매점을 직접 방문, 구매하는등 높은 관심을 보여왔으며 귀족을 되살리기 위해 내분을 해소시키는등 귀족 회생을 위한 지원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도록 중기청에 지시. ○…구두가격의 가격파괴를 선언하며 지난해 말 출범한 신발조합의 귀족은 창립 1년만에 판매대리점을 1백10여개나 내고 이달중 베트남등 해외에 판매망을 개설할 준비를 서두르는등 외형적인 급성장을 거듭해 왔다. 금강제화의 한 관계자는 『오늘날의 구두는 단순한 생활용품, 또는 공산품이 아닌 패션상품인데도 불구하고 디자인이나 마케팅은 무시한채 값싸다는 전략 하나에만 의존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정구형·고광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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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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