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원주민을 물로 보나" 안철수에 직격탄
정치권 '태풍의 눈' 서울 노원병 가보니…"안철수, 다 된 밥에 숟가락" 비판에 "때 묻지 않아" 새 정치 기대감도 커안철수, 현충원 방문후 전입신고김지선, 노희찬 대표와 상가 돌아
지민구기자 mingu@sed.co.kr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12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1동 주민센터에서 전입신고를 마치고 주민센터 직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손용석기자
"다 된 밥에 숟가락 얹는 것이죠."
4∙24 재보궐선거의 최대 격전지이자 정치권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서울 노원병 지역구 내 마들역 인근에서 만난 청과물 가게 사장 장영화(56)씨는 12일 서울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출마를 이같이 평했다. 장씨는 "동네 사람이나 마찬가지인 노회찬씨가 억울하게 의원직을 뺏겼는데 당선 가능성만 보고 치고 들어오는 게 옳은 일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장씨의 말을 옆에서 듣던 상인들도 "백 번, 천 번 맞는 얘기"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 전 교수가 전날 미국에서 귀국해 이 지역 출마를 공식 선언했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장씨처럼 안 전 교수 출마의 진정성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대선 후보 출신이 나서면 지역이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19대 총선에서 노회찬 후보를 지지한 이모(76)씨는 안 전 교수가 노원과 별 인연이 없음을 꼬집으며 "고향(부산)을 놓아두고 갑자기 이 지역에 온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상계역 인근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는 김모(52)씨도 "외지에서 온 사람이 우리 동네를 뭘 알겠느냐"며 "노원 주민들을 물로 보는 거냐"고 꼬집었다. 안 전 교수가 미국에서 82일간 머물며 장고 끝에 내린 결단에 대해 지역민들은 여전히 물음표를 붙이고 있는 것이다. 그의 당선을 쉽사리 장담할 수 없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새 정치'를 내건 안 전 교수를 한번 믿어보자는 의견도 나왔다. 평소 안 전 교수에게 관심이 있었다는 정모(52)씨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이기적인 것은 마찬가지"라며 "사회공헌도 많이 하고 정치권에 때 묻지 않은 안 전 교수가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혜경(41)씨도 "지난 대선 때부터 안 전 교수를 지지했다"며 "거물급 정치인이 국회의원이 되면 지역을 위해 많은 것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현실정치에 대한 불신이 안 전 교수를 통해 투영되는 '안철수 현상'이 지난 대선에 이어 일정 부분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의 의원직 상실에 대해서는 "안타깝다"는 여론이 많았지만 그의 부인인 김지선씨의 출마에는 부정적 분위기가 상당히 감지됐다. 지난 총선에서 노 공동대표를 찍었다는 강호(57)씨는 "'지역구 세습'이라는 비판이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안 전 교수의 출마로 정치 1번지로 부상한 노원병 보궐선거전은 한 달 이상 남았지만 지대한 여론의 관심을 반영하듯 이미 막이 올랐다.
안 전 교수는 이날 오전 국립현충원 참배에 이어 상계1동주민센터에서 전입 신고를 하며 구민으로서 일체감 심기에 나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일찌감치 예비 후보로 등록한 허준영 새누리당, 이동섭 민주통합당 후보는 각각 당고개와 상계2동 일대 등을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김지선 진보정의당 후보는 남편인 노 공동대표와 함께 마들역 일대 상가들을 일일이 찾아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