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최고위원 등 한나라당 내 친이명박계 주도로 추진된 시도지사의 정례 당무 참여가 친박근혜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시도지사의 당무 참여가 박근혜 전 대표와 차기 대권 경쟁관계에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을 확실한 대권주자로 띄우기 위한 주류 측의 프로젝트 아니냐는 친박계의 경계에 따른 것이다.
친박계인 서병수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소속 시도지사의 당무 참여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본격적인 대권 레이스 흥행을 위해 당무회의 참석을 주장하는데 정책정당의 책임성을 망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 최고위원은 또한 “시도지사 중 대권에 도전할 생각이 있는 사람은 성과를 만들어내 해당지역 주민, 국민들로부터 사랑 받는 게 우선”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그러나 원희룡 사무총장은 회의와 라디오방송에서 “경쟁은 무제한, 다다익선이라야 하며 박 전 대표도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치열한 다자경쟁구도가 바람직하다”며 “다만 이번 당헌 개정은 시도지사 본인과 관련된 현안이 있을 때 의견을 개진할 권리 근거를 만드는 것이므로 지나친 확대해석은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안상수 대표는 의견을 더 듣고 수정안을 만들기로 했으며 서 최고위원이 낸 수정안을 받아들였다. 서 최고위원은 당초 ‘시도지사는 최고위원ㆍ중진의원 연석회의나 의원총회에 참석할 수 있다’고 규정한 개정안의 내용을 ‘광역시도지사는 최고위의 요청이 있을 때 최고위원ㆍ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고 수정했다. 서 최고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도 최고위의 요구가 있으면 시도지사가 출석할 수 있으므로 수정안이 나왔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시도지사 당무 참여는 지난 23일 최고위 회의에서 논의한 게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당시 이재오 특임장관의 당 회의 참여가 가능한데 시도지사도 참여하게 하자는 정 최고위원의 제의에 위원들이 공감했고 이를 당헌ㆍ당규에 반영해 오는 30일 당 전국위원회에서 의결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홍준표ㆍ서병수 최고위원이 불참한 상황에서 결정된 터라 친박계 내부에서는 밀실합의라는 쓴소리가 나온다. 한 친박계 의원은 “당 회의가 차기 주자를 키우는 인큐베이터냐”고 꼬집었고 다른 친박계 의원은 “당의 주요 인물이니 회의에 참석할 수 있지만 의도적으로 벌써 (차기 주자로) 누구를 내세우는 것처럼 보여서는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박 전 대표가 다음달 1일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의원 전원을 초청하는 청와대 만찬에 참석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박 전 대표는 친박계의 대거 공천 탈락이 있었던 18대 총선 직후인 2008년 4월22일 이 대통령이 국회의원 당선자 전원을 청와대로 초청, 만찬을 함께한 자리에는 참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