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양국 합의 의지는 강했지만 입장차 커 "조만간 추가 협의"

[서울 G20 정상회의] 한미 FTA "시간 더 필요"<br>美 자동차 밀어붙이기에 우리도 요구사항 맞대응<br>"타결도 결렬도 아니다" 이른 시간내 접점 찾을듯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은 결국 데드라인을 넘기고 말았다. 양국은 일단 조속 타결이라는 '여운'을 남기면서 파국의 이미지를 벗겨냈다. 하지만 이번 협상은 결렬의 원인과 진행과정 등 여러 측면에서 되짚어볼 부분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우리나라가 주요20개국(G20) 의장국으로서 가급적 미국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음에도 데드라인을 지킬 수 없을 정도로 미국의 요구가 거셌는지, 그렇다면 추후 계속될 협상에서 미국이 이 같은 압력을 철회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대목이 많다는 것이다. 양국 정상이 이날 이른 시일 내 타결을 약속했다고 하지만 추가 협상을 차제에 원점에서 재점검하고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데드라인으로 설정된 11일 오전까지 밀고 당기기를 계속했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차가 워낙 커 합일점을 찾기가 쉽지 않음을 서로 알고 있었다. 청와대가 정상회담 직전 쇠고기 얘기를 꺼냈던 것도 결국 미국이 얘기한 자동차 문제를 양보하기 위한 명분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협상의 걸림돌이었던 것이다. 두 정상도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확인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양국 통상장관이 (FTA에 대해) 논의했으나 세부적 사안을 협의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데 합의했다"며 "양국 통상장관에게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상호 수용 가능한 합의를 도출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두 정상 간 의지는 강했지만 실제 협의에서는 수용 가능한 선을 넘어선 것이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에 타협되지 않았다는 것은 미국의 요구사항을 우리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우리도 아쉽게 진행할 필요가 없고 우리의 주장에 대해 상대방이 생각할 여유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한미 FTA 추가 협의 과정에서 미국 측은 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개방 문제를 논의할 것을 요구했으나 한국 측은 '쇠고기 문제는 FTA와 별개로 절대 응할 수 없다'며 공식 의제로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것을 반대해왔다. 특히 미국은 자국 자동차 업계와 의회의 의견을 반영, 자동차 분야에서 관세를 비롯해 상당히 많은 요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미국 측은 오는 2015년부터 한국시장에서 판매되는 미국산 자동차에 적용될 연비(리터당 17㎞ 이상), 배출가스(140g/㎞ 이하) 등 환경규제와 안전 관련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해달라고 우리 측에 요청했다. 또 미국은 특히 우리나라 자동차 제작사들의 부품관세환급을 한·유럽연합(EU) FTA처럼 5%까지만 허용해달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현 25%)를 2015년부터 10년간 단계적으로 철폐하기로 했던 종전 합의를 무효화하거나 적어도 시한을 연장해달라는 주장을 꺼냈다. 이에 우리도 자동차 환경ㆍ안전기준을 완화하는 수준으로 일정 부분 양보를 약속했지만 관세환급 5% 설정, 픽업트럭 관세철폐 유예 등은 협정문을 고쳐야 해 부담스러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본부장은 지금까지 "협정문에 점 하나도 빼지 않겠다"며 협정문에 손을 대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더욱이 우리 측도 자동차 관련 요구사항들을 미국에 제시하면서 양측의 주장은 더욱 팽팽하게 맞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게 됐다. 결국 지난 2007년 6월 정식서명 후 3년반이 지났지만 한미 FTA의 완전 체결까지는 많은 난관이 남아 있게 됐다. 다만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상회담에서 FTA 문제가 타결되지 않더라도 결렬로 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며 합의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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