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한미FTA, 졸속 이어 밀실인가

재정·지경부등 참석않고 의견 담은 종이만… <br>자동차·쇠고기등 재협상 논란도 커져<br>국회비준 험난 예고

최석영(오른쪽) 자유무역협정(FTA) 교섭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가 한미 FTA 쟁점현안 타결 실무협의를 위해 4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홍인기기자

4일 오전10시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실무협의를 위해 웬디 커틀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와 마주한 최석영 FTA 교섭대표 뒤로는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들만이 일부 배석했다. 경제 수석부처인 기획재정부는 물론이고 핵심 현안인 자동차와 쇠고기를 담당하는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와 농림수산식품부에서는 담당자 대신 의견을 담은 페이퍼만 전달됐다. 종이가 사람을 대신한 것. 여느 FTA 협상과정에서도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한미 FTA 실무협의는 이렇게 외교부만의 리그로 진행되고 있다. 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전 타결이라는 데드라인을 설정해 졸속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고, 이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과도하게 밀실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가뜩이나 "국민을 기만한 채 밀실에서 진행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 미국에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재협상은 있을 수 없다(전현희 민주당 대변인)"는 민주당의 반발이 거센 마당에 협상 진행과정마저 이렇게 진행되면서 양국이 합의를 이루더라도 국회 비준과정은 험난할 수밖에 없게 됐다. 양측은 실무협의를 일단 5일까지 이틀간 진행할 계획이지만 필요할 경우 연장할 수도 있다고 밝혀 이번 협의에서 실무 레벨의 논의를 사실상 매듭지을 방침임을 시사했다. 최근 며칠 사이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오는 11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이전에 FTA 쟁점 현안을 해결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이상 입장차이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컨센서스는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양측은 이번 실무협의에서 쟁점을 집중 조율한 뒤 미합의 쟁점은 다음주 초로 예정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USTR 대표 간 통상장관회의에서 최종 타결하고 그 결과를 11일 한미 정상회담에 보고할 것으로 보인다. 쟁점 현안도 자동차와 쇠고기에서 자동차로 좁혀지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중간선거에서 표 획득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이유로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공식적으로 한국 측에 꺼내지 않았던 미국 측은 이번 실무협의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한미 간 자동차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유지 혹은 관세 철폐기한 연장, '스냅백(관세환급 조치)' 적용, 미국산 자동차 안전 및 배기가스 배출기준 완화 등을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 하원 세입위원장을 맡게 될 데이브 캠프 공화당 의원도 이날 "진정 합의를 원하는지 여부는 한국인에게 달려 있다"며 "한국이 쇠고기와 자동차시장을 확대 개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협상은 이처럼 정해진 시한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한미 FTA 추가 협의 재협상 논란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본부장이 "협정문에서 점 하나도 고치거나 빼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지만 기존 협정문에 점을 추가하는 방식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당시 환경ㆍ노동 분야에서 자국에 유리한 조항들을 추가한 사례처럼 부속 협정방식 활용을 추진하고 있으며 우리 측에서 미국의 요구를 일부 수용할 경우 이 같은 형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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