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11월 12일] 중동문제 놓고 마음 급한 오바마

인도네시아는 최근 몇 주 동안 쓰나미와 화산 폭발에 시달렸다. 긍정적인 면을 보자면 인도네시아 경제는 빠르게 팽창하고 있고 민주주의에 활력이 넘치고 투자환경도 좋다. 게다가 인도네시아는 무슬림이 국민의 다수를 차지하면서 종교적으로 온건주의와 세속주의의 오랜 전통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는 이슬람 세계에서 질책을 받을 때도 있기는 하지만 다수의 이슬람 국가들에 하나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무엇을 언급했던가. 바로 이스라엘의 동예루살렘 정착촌 확대 건설 프로젝트다. 오바마 대통령이 머나먼 동남아시아에서 이런 호전적 카드를 뽑아 든 이유를 추측하기란 어렵지 않다. 이스라엘은 지난 10월 동예루살렘 옆 하르호마에 1,000가구의 정착촌 건설을 결정했다. 안 좋게 표현해서 '정착'이다. 1967년 예루살렘이 재통합된 후 이스라엘에서는 우파ㆍ좌파 구분 없이 모든 정권이 이와 유사한 건설 프로젝트를 지지해왔고 신규가옥 건설이 향후 몇 달 아니 몇 년 이내에 시작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런 모든 정황들도 오바마 대통령을 저지할 수는 없었다. 그는 인도네시아에서 이스라엘 정부를 향해 "이 같은 행동은 평화협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도 "매우 유감스럽다"는 논평으로 맞장구를 쳤다.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의 대변인 격인 사에브 에레카트 팔레스타인 평화협상 대표는 이스라엘의 신규건설에 대해 "이스라엘이 평화가 아닌 정착촌을 선택했다는 증거"라고 말을 보탰다. 이스라엘이 주장하는 것은 유태인에게 예루살렘 내 어느 곳에서든 살 수 있는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이 라말라(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행정수도)에서는 논란이 될 수 있어도 워싱턴에서 논란거리가 돼서는 안 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은 평화 협상 타결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팔레스타인의 관점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은 그가 추구하는 평화협상 타결을 오히려 요원하게 하는 행동이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이스라엘 국민의 인도네시아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자카르타와 예루살렘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면 이 문제부터 착수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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