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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임 첫 해 트레블 눈앞… 엔리케의 놀라운 '매직'

■ 바르셀로나, 챔스리그 결승 진출

1·2차전 합계 5대3으로 뮌헨에 승… 유럽대항전 최다 결승행 신기록

리그우승 확정적… 국왕컵도 결승에

엔리케, 초반 메시와 불화설 딛고 조용한 리더십으로 팀 중흥 이끌어

공격력 극대 'MSN라인' 114골 합작


알렉스 퍼거슨 같은 카리스마, 주제 모리뉴 같은 독설도 없다. 마른 몸에 연약해 보이는 얼굴의 루이스 엔리케(45·스페인)는 바르셀로나를 이끌기에는 어딘지 부족해 보였다. 2002 한일 월드컵 뒤 스페인대표팀에서 은퇴한 그는 선수로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서 활약한 훌륭한 미드필더였지만 1군 감독 경력은 자랑할 게 없었다. AS로마와 셀타 비고를 한 시즌씩 맡았던 게 전부. 셀타에서 레알을 2대0으로 이긴 기록이 눈에 띄기는 했다. 바르셀로나 구단은 그러나 엔리케의 '바르셀로나 DNA'를 높이 샀다. 바르셀로나 유소년팀 출신의 엔리케는 지난 2008년부터 3년간 바르셀로나 2군 감독으로서 팀을 성공적으로 운영한 터였다. 2군 전임 감독이 바로 주제프 과르디올라였다.


엔리케 바르셀로나 감독은 13일(이하 한국시간) 꽤 오래 과르디올라 바이에른 뮌헨 감독과 악수하고 포옹했다. 바르셀로나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이 확정된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였다. 바르셀로나는 이날 4강 2차전에서 2대3으로 졌지만 1차전 3대0 대승을 더해 합계 5대3으로 결승에 올랐다. 유럽 클럽 대항전 최다 결승진출 신기록(18회)이자 2010-2011시즌 이후 4년 만의 챔스리그 결승행. 다음 달 7일 베를린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통산 다섯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바르셀로나는 2006년 이후로는 결승에만 오르면 무조건 우승했다. 2006·2009·2011년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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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는 전반 7분 만에 메흐디 베나티아에게 코너킥 헤딩 골을 내줬지만 8분 뒤 네이마르의 골로 균형을 맞췄다. 전반 29분 다시 터진 네이마르의 득점으로 2대1이 되면서는 사실상 '게임 끝'이었다. 합계 5대1 상황.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뮌헨은 4골을 더 넣어도 떨어질 판이었다. 엔리케는 후반과 동시에 루이스 수아레스를 빼고 후반 중반부터는 이반 라키티치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까지 차례로 쉬게 하며 주말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경기를 대비하는 여유를 보였다. 2012-2013시즌 챔스리그 우승팀 뮌헨은 645분간 이어진 바르셀로나의 무실점 기록을 깬 데 만족해야 했다.

소리 없는 '엔리케 매직'이 트레블(3관왕) 위업마저 달성할 기세다. 프리메라리가 1위인 바르셀로나는 남은 2경기에서 1승만 보태면 자력 우승이고 코파델레이(스페인 국왕컵)는 31일 아틀레틱 빌바오와의 결승만 남았다. 바르셀로나는 헤라르드 마르티노 감독 아래 지난 시즌을 무관으로 마쳤으나 엔리케가 부임한 올 시즌 완벽한 명예회복을 선언할 참이다. 시행착오도 있었다. 올 초 리오넬 메시와의 불화설이 나돌았다. 이에 바르셀로나 회장이 엔리케의 경질을 약속했다는 소문까지 퍼졌다. 하지만 훈련 중 있었던 사소한 말다툼으로 확인됐고 바르셀로나는 불화설 보도 뒤 10연승을 달렸다. 이적생 수아레스가 4개월 징계 뒤 지난해 10월 합류하면서 역대 가장 치명적인 공격 삼각편대 'MSN(메시-수아레스-네이마르) 라인'이 탄생했다. 엔리케는 MSN 라인을 최적화한 설계자이자 관리자로 평가받는다. 전방의 메시를 플레이메이커로 내려 공격 지휘권을 부여했다. 그 이후 오른쪽의 수아레스가 적응에 어려움을 겪자 메시를 오른쪽 측면으로 돌려 중앙의 수아레스와 유기적인 포지션 이동을 유도했다. 메시는 여전히 경이로웠고 수아레스는 살아났다. 가장 어린 네이마르에게 해결사 역할을 맡긴 것도 주효했다. 올 시즌 메시가 53골, 네이마르는 37골, 수아레스는 24골을 넣었다. 합작 114골이다. 이날 2골도 모두 MSN 공식에 따라 도출됐다. 중원에서 메시의 스루패스가 문전 오른쪽 수아레스에게 향했고 수아레스가 가운데 네이마르에게 도움을 배달했다. 이어 하프라인에서 메시의 헤딩 패스가 수아레스의 발에 떨어졌고 단독 드리블한 수아레스가 네이마르의 골을 다시 도왔다.

2008-2009시즌부터 4시즌 동안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는 점유율 축구를 펼쳤다. 짧은 패스 위주의 '티키타카' 전술이 핵심이었다. 엔리케의 바르셀로나는 점유율과 관계없이 이기는 축구를 한다. 역습을 앞세운 '한 방'의 매력이 더해졌다는 평가다. 바르셀로나 사령탑 재임 기간 14개의 트로피를 들었던 과르디올라는 첫 시즌에 트레블을 이뤘다. 엔리케도 트레블에 다가서 있다. 둘은 2000년대 초반까지 바르셀로나 팀 동료였다. 엔리케는 "선수들에게 공을 돌린다. 팀원 전체가 승리를 즐길 자격이 있다"며 "트레블 미션 완수를 위한 각각의 우승에 1승만 남겼다"고 말했다. 올 시즌 이적해 핵심 미드필더로 활약 중인 라키티치는 "지금의 바르셀로나에 감독의 역할은 정말 중요하다. 엔리케에게 우리 팀을 대신해 감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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