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집안 단속 먼저

그날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김종신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바로 옆에 있었다. 한걸음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홍 장관은 기자들과 함께 김 사장의 해명을 들었다. 지난 14일 지경부 기자실에서 있었던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 사고은폐 사건 브리핑 얘기다.

당시 김 사장은 "토요일(10일) 고리 1호기 신임 본부장에게서 보고할 게 있다는 말을 듣고 일요일(11일) 오후4~5시쯤 이 본부장과 발전소장에게서 사고내용을 보고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 조사결과 김 사장의 말은 거짓인 것으로 판명됐다. 10일 오후에 정전사고가 있었다는 것을 구두보고 받았기 때문이다. 홍 장관은 산하기관장 바로 옆에서 눈뜨고 당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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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 화력발전소 화재 때도 그랬다. 홍 장관은 발전소에 불이 났다는 것을 TV 뉴스를 통해 먼저 알았다. 실무 담당자와 임원으로부터 사고 경위와 내용을 보고 받았어야 했지만 언론 뉴스를 보고 사고의 진상을 알게 된 것이다.

국민들은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보령 화력발전소 1호기는 화재로 2개월 동안이나 가동을 못하게 됐다. "뭐 전소된 것도 아닌데", "새벽이니까 장관한테 보고 안 해도 되는 것 아니냐"라고 생각할 국민은 한 명도 없다. 국가기간 시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장관이 언론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는 모습을 보고 국민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 홍 장관은 취임 이후 많은 성과를 냈다. 이달 초에는 아랍에미리트(UAE) 국영석유사인 아부다비석유공사(ADNOC)와 미개발 유전 세 곳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2월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수행해 중동을 방문, '제2의 중동 붐'기틀을 만들기도 했다. 중견기업 육성 등 국내 현안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안방살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허사다. 아무리 해외에서 성과를 낸들 국민 원성을 듣는다면 소용이 없다는 얘기다.

이 대통령은 22일 홍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원전사고와 보령화재 사건 보고체계 문제에 관해 강하게 질책했다고 한다. 홍 장관이 안방살림부터 하나씩 다시 한번 챙겨봤으면 한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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