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4월 10일] 사교육비 해결 나서야

소림사에서 한 어린 스님이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그가 사람을 해친다며 소림사 내부에서 금기시했던 살수(殺手)를 스스로 터득했기 때문이다. 강호의 최고 고수들이 모여 있는 소림사에서는 특히 장서각을 맡았던 스님들이 비서(秘書)를 보고 혼자 권법을 터득해 사람을 비겁하게 해치는 살수를 거리낌 없이 써 문제가 심각했던 터였다. 결국 주지스님은 방장스님들과의 회의 끝에 그를 소림사에서 내치게 된다. 스승 없이 배운 권법은 무예의 철학과 정신을 배우지 못해 오직 이기겠다는 승부근성을 발동시켜 살인을 해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암기(暗技)일 뿐이라는 게 이들의 결론이었다. 스승과 교육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이 이야기는 무협소설의 대가 김용의 ‘의천도룡기’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많은 사람들이 ‘잘 먹고 잘살기’ 위한 것 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자녀교육일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사교육비의 과도한 의존을 방치하는 것은 곧 기회의 불평등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며 공교육의 질을 높이고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자립형 사립고 설립을 밝힌 바 있다. 지난 한 해 사교육에 쏟아 부은 돈은 통계청 공식자료만으로도 20조원에 이른다. 학부모들을 더 걱정스럽게 만드는 것은 자립형 사립고가 시행되면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 확대라는 긍정적인 측면보다 사교육이 더 극성을 부릴 것이라는 부작용이다. 실제로 한 언론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새 정부의 교육정책이 실현되면 사교육비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응답이 전체 응답 중 7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의 미래를 위해 좋은 학교를 보내려는 학부모를 탓할 수만은 없다. 교육평준화가 다양한 교육서비스를 제시하지 못한다는 불만을 해소하는 방법이 공교육을 살리는 것이라는 말은 케케묵은 말이 된 지 오래다. 여기에다 스승의 가르침에 대한 중요성은 시대착오적인 말처럼 들릴 수도 있다. 스승에게 그 의미까지 배운 살수는 악당의 살수를 막아내는 데 유용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사람을 해치고도 왜 나쁜지를 모르는 파렴치범이 될 수밖에 없는 것처럼 우리 아이들에게 스승의 정신적 가르침보다 점수 따기 경쟁을 요구하면서 글로벌 시대의 리더로 성장하라는 것은 그릇된 욕심에 다름 아니다. 18대 총선이 끝났다. 새로 선출된 국회의원 299명은 5년 동안 국민의 목소리를 정치에 반영하기 위해 발로 뛸 것이다. “최소한 사교육비만큼은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다짐이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교육정책으로 실현되기를 국민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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