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지난 3일 오후 세종청사. 가는 곳 마다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지난 9월 국무총리실을 시작으로 이번 주 국토해양부가 둥지를 틀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부처들의 이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삿짐을 풀고 정리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갑자기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한 곳으로 집중됐다. 한 어린 아이가 사무실을 뛰어 다니는 모습이 사람들의 시선을 잡았다. 세종청사로 근무지가 바뀐 한 여성공무원이 아이를 맡길 유치원이 없어 사무실로 데려온 것이다.
서울과 과천 관가의 세종청사 대이동이 본격화되고 이전 기관 공무원들의 어려움이 현실화되면서 세종청사 관리를 책임지는 행정안전부에 대한 원성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자녀가 있는 여성 공무원들은 ‘어린이 집’이 오픈 하지 않아 아침마다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고, 자전거로 출퇴근하려는 공무원들은 자전거 시설이 설치되지 않아 곤혹스러워 하는 모습은 흔히 보는 광경이다. 휴게실과 샤워실, 모유수유실과 의무실, 매점, 식당 등 각종 편의시설이 아직 가동되지 않거나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공무원들의 불만은 하나 같다. 부처가 이전하기 앞서 각종 편의시설은 공사를 먼저 끝내 가동돼야 하는데 부처 이전이 끝나는 올해 말로 시점을 맞춘 것이 너무 어이가 없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공무원들은 행안부가 자신이 세종청사로 이전하지 않기 때문에 너무 ‘나몰라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 정부 초기에 행안부가 했다는 ‘꼼수’도 뒤늦게 입방에 오르내리고 있다. 행안부는 서울에 남는 외교안보 부처에 포함되기 위해 부처 이름 중 ‘안전부’라는 영문표기를 ‘safety’로 해야 하는데 ‘secrurity’로 고쳤다는 것이다.
행안부의 조치 중 가장 원성을 산 것은 서울서 세종청사출퇴근 버스를 줄이려는 방침이다. 수요에 따른 탄력 운영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사고에 따른 관리책임을 회피하려는 행안부의 속내 때문이라고 많은 공무원들은 보고 있다. 공무원들이 같은 공무원 조직인 행안부를 질타하는 것을 행안부는 곱씹어 봐야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