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은하3호와 나로호


예상을 뒤엎고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은하3호를 발사해 소형 위성인 광명성3호를 궤도에 진입시켰다. 북한이 로켓기술 개발에 착수한 것이 지난 1970년대 후반이니까 은하3호 발사 성공에 이르기까지 40년여가 걸렸다. 북한은 우리가 먼저 도달하리라 기대했던 세계 10대 우주발사능력 보유국이 됐다. 물론 유엔 결의안 위반으로 강력한 국제적 규탄과 제재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하3호는 탄두를 실으면 장거리 미사일이고 인공위성을 실으면 우주발사체가 된다. 은하3호에 광명성3호 대신 1톤 중량의 탄두를 싣고 발사각을 대륙간탄도탄에 맞춰 계산하면 사정거리는 1만~1만2,000㎞ 정도다. 북미 대륙의 거의 전부를 사정권 안에 넣을 수 있다.

북한은 40년여, 남한은 10년여 투자


북한은 은하3호를 장거리 미사일로 전용하는 데 필요한 재진입 기술을 보유하고 있을까. 인공위성과 달리 장거리 미사일은 탄두를 다시 지구 대기권 내로 진입시켜야 한다. 로켓은 탄두를 정해진 고도와 속도로 상승 가속한 다음, 거의 정점(고도 약 1,000㎞)에서 탄두의 방향과 최종속도를 목표지점에 맞춰줘야 한다. 여기에는 정교한 소형 액체로켓이 필요한 데 이 기술은 북한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최종적인 조종이 종료되면 탄두는 분리돼 자유 낙하해 목표점에 도달한다. 낙하 비행의 종말 단계에서 마하20(초속 6.8㎞) 정도의 속도로 대기권에 진입한다. 이때 온도가 섭씨 5,000도 가까이 올라가기 때문에 탄두를 고열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이에 필요한 기술과 재료는 미국ㆍ러시아 등이 50~60년 전부터 사용해왔으니 북한이 확보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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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미사일의 보유가 갖는 군사적 의미는 무엇인가. 현재 북한의 유도 조종기술 수준으로 봐서 장거리 미사일을 정교하게 만든다 해도 오차가 클 것으로 보인다. 목표지점으로부터 수㎞ 빗나갈 수 있다. 따라서 재래식 탄두를 사용하면 목표지점 파괴가 불가능하지만 파괴범위가 방대한 핵탄두를 장착하면 이 정도 빗나가도 목표지점을 확실히 파괴할 수 있다.

은하3호는 3단 로켓으로 두 차례 단 분리를 하는 기술을 확보하면 설계 면에서 나로호(2단 로켓)보다 우주ㆍ장거리 발사에 더 유리하다. 은하3호의 무게와 추력이 나로호보다 현저히 작은데도 인공위성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위성의 무게가 100㎏으로 동일한 것은 그 때문이다.

은하3호는 협력 파트너인 이란의 사피르(1단은 노동 미사일 엔진 1개, 2단은 화성 미사일 엔진 1개, 3단은 고체로켓 킥모터를 사용한 발사체)와 달리 노동 미사일 엔진 4개를 클러스터로 묶어 1단 엔진으로, 2단은 보다 작은 엔진 2개를 묶어 사용했다. 단거리 및 중거리 미사일용으로 검증된 로켓엔진을 조합해 은하3호를 구축한 것이다. 발사와 관계되는 운용기술은 이란의 우주발사 프로그램을 통해 입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범국가적ㆍ국민적 우주개발 후원을

북한이 개발 착수 40년여 만에 장거리 로켓 발사에 성공한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는 북한이 대포동1호를 발사한 후인 2000년 들어 부랴부랴 나로호 개발사업에 착수했다. 또 미국과의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협정 때문에 군사용 로켓 개발과 단절된 상황에서 우주발사체를 개발해야 했다. 이러한 악조건에서도 현재만큼 진전을 시켜온 것은 적지 않은 성취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정부 최고위층에서 좀더 우주개발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국민들도 북한과의 단순비교에서 벗어나 장기적 안목에서 국가 우주개발을 후원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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