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전기요금 인상, 기업이 봉인가

정부가 이르면 다음달부터 전기요금을 5~7%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8월과 12월 각각 4.5%, 4.9% 인상한 데 이어 불과 5개월 만에 세 번째 추진하는 것이다.

타이밍은 적합하다고 판단할지 모르겠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물가불안 요인이 다소 수그러들었고, 한국전력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113%까지 확대됐다. 여름철 전력피크에 대비해 요금 인상으로 수요를 관리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이번에도 산업용 전기요금의 인상폭이 가장 높거나 산업용만 올릴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산업용 요금을 각각 6.1%와 6.5%씩 두 차례 올린 반면 주택용은 한차례 2%만 인상했다. 이로 인해 사상 처음으로 산업용 전기의 원가회수율이 주택용을 넘어섰다.


업계의 반발에 대해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기업에 미안하기는 하다. 하지만 기업들도 동참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에도 좋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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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기업들만 '봉'으로 여기는 것 아닌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전기요금 인상 소식에 당장 중소기업계는 빨간 불이 들어왔다. 특히 전기 사용량이 많은 철강이나 주물 업종의 원가부담은 말할 것도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투를 벌이고 있는 중소기업에 추가적인 경영부담이 클 것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중기 대표는 "가뜩이나 경영환경도 좋지 않은데 인건비에 전기요금에 부담이 너무 크다"며 "9개월 동안 세 차례 전기요금을 올린다는 것은 공장 문 닫으라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원가회수율이 낮고 전기요금이 싸서 과소비를 방조한다는 논리는 전기 난방기구를 남용하고, 문 열어놓은 채 에어컨을 켜고 있는 가정과 상점들에만 타당할 뿐이다. 지난해 정부가 산업용 전력사용 제한 조치를 내리자 기업들이 왜 수억원의 과태료를 내면서라도 공장을 돌리려고 했을까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기업들에는 전기가 필수재인 것이다.

오히려 원가체계를 낱낱이 뜯어보고 매년 국정감사의 단골 메뉴인 한전의 방만ㆍ부실 경영부터 점검하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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