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감히 누가 우리 국민의 수준을 거론하는가

일본 고위각료들의 망언이 갈수록 가관이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나치식 헌법개정을 들먹인 지 하루 만에 이번에는 시모무라 하쿠분 문부과학상이 동아시안컵 축구 한일전에 등장한 대형 플래카드에 대해 "그 나라의 민도(民度)가 문제"라는 극언을 쏟아냈다. 우리 응원단을 자극했던 일본 측의 욱일승천기를 모른 척한 것도 모자라 상대국 국민의 수준을 거론하는 데는 어이가 없을 뿐이다.


어디 일본 아베 신조 내각의 망언과 망동이 이번 한번뿐이었나. 그동안 위안부 부정에서 전쟁 미화, 신사참배까지 헤아리기조차 힘들다. 두 명의 고위각료가 여기에 가세했다고 하등 이상할 게 없기는 하다. 하지만 문제는 그 수준이다. 외교적 무례를 아무렇지도 않게 범하는 일본 고위각료의 몰상식함은 분명히 우리가 감내할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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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정권의 극우행보가 여기서 그칠 것 같지는 않다. 지난 21일 총선에서 자민당이 거둔 압승은 그나마 남아 있던 견제세력의 힘을 소멸시켰다. 침략의 역사를 지워버리고 싶은 국수주의 세력에는 더 없이 좋은 기회다. 평화헌법 개정과 재무장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일본이 동북아 평화와 안정의 위협요인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의미다. 우리와 중국이 새 정부 출범 이후 반년이 되도록 일본과 정상회담을 안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역사는 미래를 위한 협력과 화해의 초석이다. 과거에 매몰돼서는 안 되지만 잊어서도 안 된다. 일본이 주변국과 함께 새로운 동북아 시대의 주역으로 나서기 위해서는 침략에 대한 반성과 평화를 향한 다짐이 선행돼야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결코 미래의 주인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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