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재계 총수들 승지원 회동

15일 오후 한남동 승지원 정문. 만찬 약속 시간인 6시 30분이 다가 오자 재계 총수들이 탄 차량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총수를 태운 차량들은 옆에 있던 취재진을 뒤로 하고 바로 승지원 안으로 자취를 감췄다. 모임의 중요성 때문인 지 한남동 승지원에는 50여명이 넘는 취재진이 몰려 북색통을 이루기도 했다. 5년 만에 승지원에서 이뤄진 재계 총수들의 만찬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번 회동은 친목 성격 이었지만 사실상 차기 전경련 회장 선임건의 주요한 전기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날 회동에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등 몇몇 주요 인사가 빠지기는 했지만 전경련 회장단 대부분이 참석해 차기 회장에 대한 논의가 자연스럽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일단 만찬은 칵테일을 들면서 가벼운 주제부터 시작됐다. 전경련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일일이 총수들과 악수를 나누며 반갑게 인사 했다”며 “날씨와 건강 등 가벼운 주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회동이어서인지 시종 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이뤄졌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경련 등 재계는 조석래 회장의 뒤를 이를 차기 회장으로 4대 그룹에서 맡아 줬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도 회장단들은 이 같은 재계와 전경련의 의사를 이건희 회장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재계의 꿈은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사실상 고사 의사를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의 묵묵부답은 사실상 고사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며 평창 올림픽 유치 등으로 인해 회장직을 맡는 게 어렵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사실 이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을 맡을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며 “이 같은 이 회장의 의중이 이날 만찬에 상당 부분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고초려가 아니라 백고초려라도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전경련 회장단이 모인 자리에서 이 회장이 우회적으로 고사 의사를 밝히면서 사실상 이 회장에 대한 추대형식은 실현 가능성이 없어졌다. . 이에 따라 전경련 차기 회장 선임 작업은 상당 기간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병철 부회장도 브리핑에서 “조석래 회장이 병중에 있고, 사의를 표명한 상황이어서 그렇게 서두를 것이 없다는 일부 회장단의 의견도 있었다”고 전해 장기화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아울러 이건희 회장과 더불어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역시 회장직을 맡지 않겠다는 의사를 회사 고위 임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정몽구 회장의 전경련 회장 수락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정병철 부회장은 “모른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경련에서 정식으로 추대 해도 정 회장이 쉽게 수락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전경련 회장 수락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강조했다. 4대 그룹 가운데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이 남아 있으나 이들 또한 가능성이 희박하다. 구 회장은 전경련과 일정 거리를 두고 있고, 최 회장은 나이 등으로 인해 회장직을 꺼리고 있어서다. 한편 4대 그룹 내에서 회장이 나오지 않을 경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등이 유력시 되는 분위기이다. 김 회장은 52년생이고, 허 회장은 48년생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4대 그룹 총수들이 회장을 맡지 않을 경우 비교적 젊은 회장으로의 세대교체도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젊은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못할 이유는 없다”면서 “이번 기회에 세대교체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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